몇 년 전부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권 내에서 쿨(?)을 명분으로 대충(?) 그려낸 듯한 이미지나 텍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히라야마 마사노, 카광의 만화가 상술한 예가 아닐까. 그러한 흐름이 조금 더 진화하여 입체의 세계까지 왔다. 일본의 예술가 하세가와 유리(Yuri Hasegawa)는 마치 초등학생이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 것만 같은 방법으로 인형을 제작한다. 이티, 심슨, 페라리, 롤렉스, 런디엠씨 등 자신이 취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드는데, 선정한 소재로 봤을 때 작가는 아마도 8~90년대 문화를 향유한 세대가 아닐까 싶다.
소재의 특징을 잘 살린 덕에 이 인형이 무엇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지만, 몇 가지 컬러의 부직포와 실 등으로 러프하게 제작하기에 공장에서 제작되는 완벽한 인형들과는 확연히 다른 묘한 작품들이다. 최근 발매된 작가의 아카이빙 북을 통해 그의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는 과거에는 스케이트보드, 스파이크 존즈의 영상 등에 관심 있는 예술가였지만,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갈증을 느끼다가 근래에 들어 인형 작업을 시작했다고.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편이 재밌는 인생을 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하는 대목. 유쾌하고 못생긴 하세가와 유리의 인형 세계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