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남이 시키지 않아도 돈, 시간, 에너지를 쏟아가며 고된 일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다. 손가락이 잘려나갈 상황에도 에베레스트에 등반하려는 이가 그렇고, 극한의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 이들 역시 그러하다. 열과 성을 다해 몸을 닳게 하는 이들을 두고 혹자는 한심하다 혀를 찰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 ‘바보’들이 세상과 마주하는 과정은 간혹 턱 끝까지 이불을 덮어쓴 이들까지도 직접 신을 신고 문을 박차고 나가게 한다.
그리고 지난 20일, 스케이터 채드 카루소(Chad Caruso)가 모든 스케이터들의 가슴을 뛰게 할 역사적인 ‘바보짓’을 마무리하며 화제를 모았다. 장장 5,088km의 미국 횡단을 57일에 걸쳐 성공한 것. 3월 24일 캘리포니아의 베니스 스케이트파크를 출발한 채드는 20일 미국 동부의 버지니아비치에 도착하며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을 6.5번 왕복한 거리로, 채드가 하루 평균 이동한 거리는 약 88km. 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결승선을 통과한 채드는 종료와 동시에 바다에 몸을 던지며 기네스에도 등재되지 않았던 이번 도전을 자축했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은 여정이었다. 오랜 시간 지녀온 무릎 부상 문제가 이번 역시 채드를 힘겹게 했고, 타박상, 물집, 일광 화상, 내성 발톱 등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 때문에 스트레칭과 아이싱을 달고 살아야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횡단 중반부터는 몸이 이에 적응해 이마저도 필요 없게 됐다고. 이외에도 사막 부근에서 물이 떨어지거나 비닐 쓰레기봉투 하나로 비바람에 맞서거나 대부분의 끼니를 주유소의 패스트푸드로 해결하는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던 미국 횡단 프로젝트였다. 그가 공개한 보드, 신발 사진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산전수전을 겪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
현재 채드의 횡단 기록은 가장 빠른 스케이트보드 미국 횡단 기록으로 기네스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백절불굴의 의지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채드의 횡단은 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좀 더 자세히 만나 볼 수 있다. 가뜩이나 더워진 날씨에 정신마저 나른해져 있었다면, 채드 카루소와 함께 뜨거운 열정을 되살려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