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아무리 떠들어대도, 약관을 여러 차례 읽어보아도 젊은이들에게 보험은 언제나 멀고 어렵기만 한 존재다. 복잡다단한 보험 시스템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듯한데, 실제로 영국의 보험 시스템 역시 복잡하고 비싸기로 악명 높아 현재 약 8백만 명에 이르는 영국 국민들이 생명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고.
이 같은 보험 시스템의 문제점을 통감하는바, 2013년에 설립된 영국의 스타트업 데드해피(Deadhappy)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 세대를 위한 새로운 보험 시스템을 제공한다. 젊은이들을 위해 보다 저렴하고, 가입이 쉬운 상품을 제공하는 이 기업의 생명 보험은 가입하는데 평균 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며, 보험료 역시 미래의 사고 가능성이 아닌 가입자의 현재 나이를 기준으로 책정해 일반적인 보험료인 23.25파운드(약 3만 5천원)보다 훨씬 저렴한 14.78파운드(약 2만 2천원) 선에서 판매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데드해피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죽은 뒤 지급되는 보험금이 어떻게 쓰일지 가입자 본인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입자들은 ‘유언(Deathwish)’ 테크놀러지 플랫폼을 통해 각종 유언을 남길 수 있는데, 보험금을 통해 남은 빛을 갚는 정도의 현실적인 소원부터 친구와 가족들을 이비자(Ibiza)로 보내버리는 기상천외한 소원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 어차피 죽고 나면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내 돈, 죽기 전에 미리미리 결정해놓을 수 있다면 떠나는 길이 한결 마음 편하지 않겠는가?
데드해피의 홍보 영상에서 한 가입자는 자신의 시신을 “마약이 가득 찬 피냐타(Pinata)”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데드해피는 이 주문을 아주 무난하게 접수한다. 물론 이것이 실제 사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데드해피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비록 국내에서 만나보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르겠지만, 젊은이들의 흥미를 사로잡을 것이 분명한 이들의 행보를 먼 이국땅에서 응원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