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섬기는 자들, Pastafarian

스파게티 면발 뭉치와 위로 촉수처럼 나온 눈과 2개의 미트볼로 이루어진 신이 있다면 믿겠는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Flying Spaghetti Monster)’, 일명 FSM으로 불리는 이 존재는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믿는 추종자들과 그 종교를 일컫는다. 더하여 이 신을 섬기는 교회를 FSM 교회(Church of the Flying Spaghetti Monster)라고 하며, 교리는 파스타파리아니즘(Pastafarianism), 신자들을 파스타파리안(Pastafarian)이라고 칭한다.

FSM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한때 미국의 캔자스주에서 창조설 신봉자들이 지적설계를 필수과목에 포함하자며 강하게 주장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아가 캔자스 교육 위원회가 공립학교의 생물학 수업에서 지적 설계와 진화를 동등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자, 2005년 당시 오리건 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25세 청년 바비 헨더슨(Bobby Henderson)이 “그럴 바에는 정체가 모호한 지적설계자 대신 어떤 존재를 제시해 버려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풍자적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FSM, 즉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덧붙여 “지적설계론을 가르치려면 지적설계에 더해서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에 관해서도 같은 시간을 들여 가르쳐야 한다”라며 항의하는 서신을 보냈고 이게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렇듯 초창기에는 유신론의 허구성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패러디 종교 정도로 탄생했지만, FSM의 공식 입장 중 하나는 “우리 종교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자가 다수이지만, 진지하게 믿는 신자도 상당수 존재한다. 따라서 법적, 제도적으로 그러한 신자들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함이 옳다”였다. 결국 이 주장을 통해 현재는 네덜란드, 러시아, 미국, 대만, 호주 등의 국가에서 정식 종교로 인정받게 되었다.

종교의 경전 또한 독특하다. 천지창조는 누구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 과음해서 술기운에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채 자신도 모르게 천지를 총 4일에 걸쳐 창조했으며, 첫날에 산과 나무, 인간의 조상이 될 ‘난젱이(midgit)’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 난쟁이는 원래 ‘midget’으로 쓰는데, 이 종교의 선지자인 바비 헨더슨이 처음 쓴 오타 표기를 따라 난’젱’이 ‘midgit’으로 쓴다고 밝히고 있다. 이 또한 기독교도들을 풍자한 것) 그리고 남은 3일 동안 우주의 나머지 것들을 창조한 뒤, 창조를 끝마치고 3일 동안 숙취에 몸져누웠다고 한다. 따라서 3일간 쉬었기 때문에 FSM 교회에서는 일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이 안식일이며, 신자 중 일부는 금요일도 일요일처럼 휴일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 계명 또한 심상치 않은데, 몇 가지를 살펴보면 디테일함을 느낄 수 있다.

  1. 우선 ‘그분’에 대한 기도는, “아멘” 대신에, “라멘(r’Amen)”으로 끝내도록 한다. ‘(아포스트로피; apostrophe)는 붙여도 되고 안 붙여도 되며 A는 대문자로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2. FSM교의 3대 위격은 다음과 같다. 미트볼(힘을 상징), 소스(자연과 정신의 풍부함을 상징), 국수(에너지와 유동성을 상징).
  3. 천국에는 스트립 댄서 공장과 맥주 화산이 있다. 여기서 FSM께서 지독한 음주를 하시고 4일 만에 세계를 창조하셨다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FSM에 가입하고 싶다면 면접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절차는 면 음식을 먹어야 한다. 면 요리와 FSM이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 면 식사를 마치면, “라멘(R’Amen)!”이라고 외쳐 FSM님께 감사를 드린다. 물론 위에서 말했다시피 FSM은 강압적인 종교가 아니므로 꼭 할 필요는 없으나, “라멘!”을 외치지 않으면 꼭 볼일을 보고 뒤를 안 닦은 그런 찝찝하고 허전한 느낌이 남게 된다고 한다. 면접이라는 단어는 당연하게도 기독교에서의 ‘영접’을 패러디한 것이며, 일반적으로 쓰이는 ‘면접’이 아니라 면 요리의 ‘면(Noodle)’을 따온 언어유희이다. 다른 언어권에서는 이 면접에 대응하는 말이 없는데, 한국어 내에서는 영접을 면접으로 대치시키면 그 어감이 매우 적절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초월번역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 flyingspaghettimons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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