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폐허 전문 아카이빙 사이트, Haikyo: Abandoned Japan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 카페라고 할까, 지난 몇 년간 카페나 갤러리, 편집숍 등의 공간 콘셉트는 대부분 ‘폐허’처럼 보일 만큼 날 것 그대로였다. 나아가 최근 떠오르는 건축 기조는 기능주의 원리로 복귀한다는 의미의 브루탈리즘일 정도. 폐허의 낭만이나 숭고함을 이상화한 콘셉트 정도야 무난하지만, 도를 넘어 제대로 마감되지 않은 공간이나 폐허를 넘어 흉가를 방불케 하는 공간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폐허에 대한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에 가깝다. 폐허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 ‘폐허에서의 기쁨’이라는 뜻의 독일어 단어 ‘Ruinenlust’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Ruinenlust’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들이 폐허를 통해 자신이 이룬 성취의 덧없음을 떠올리며 구원을 얻는 듯한 느낌’으로, 사실상 사회가 발전할수록 파괴된 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다는 것.

그래서일까, 일본에는 폐허 사진만 전문적으로 아카이빙하는 웹사이트 ‘Haikyo: Abandoned Japan’이 있다. 일본의 경우 ‘폐허 덕후’라는 장르가 한국보다 확연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국가이기 때문.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폐허가 하나의 기호로 부각되기 시작해 1990년대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폐허 순례를 위해 결성된 동호회가 출현했고, 현재는 하나의 문화 코드로 인식되어 관련 책이나 잡지, DVD까지 나오는 실정. 또 한국보다 국토가 3배는 넓은 국가이다 보니 볼거리도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웹사이트의 운영자는 뜻밖에도 조르디 먀오(Jordy Meow)라는 프랑스인으로, 폐허를 탐험하는 것이 취미인 포토그래퍼다. 그는 일본 폐허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가치, 구조에서 매력을 느껴 전문적으로 폐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아가 ‘Nippon No Haikyo’, 직역하면 ‘일본의 폐허’라는 책을 냈을 정도로 일본의 폐허를 사랑한다. 전형적인 폐허 모에(廃墟萌え)인 것. 그가 사진기로 담아낸 사무실, 놀이공원, 러브호텔 등 일본의 다양한 폐허를 보고 있노라면 텅 빈 공간 속에서 왠지 모를 경외심을 느낄 수 있을 것. 자신도 모르게 폐허 분위기의 공간에 끌렸다면 ‘Haikyo: Abandoned Japan’을 탐구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미지 출처 | Haiky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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