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가 발달하고 개인이 자신을 노출시키는 일이 잦아지면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평가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TV에서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이 출연자를 평가하는 게 일상이 되었고, 덩달아 우리도 심사위원이 되어 그들을 평가한다.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외모를 평가하는 일은 아주 잦게 일어나는데, 아무래도 외모가 너무나도 중요해진 오늘날의 한국에서 부정하기 힘든 현상 같아 몹시 씁쓸하기도 하다.
그대가 한 번쯤은 가봤을 신사역. 신사역 벽면을 가득 채운, 여러 성형외과가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얼굴이 부착된 광고는 그러한 세태를 피부로 짐작게 한다. 아니다 다를까. 사진, 기술의 발전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의 보편화로 태어나서는 안 되지만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던 그 괴물이 태어나고야 말았다. 그것은 바로 몇 해 전 명성을 떨친 프로그램과 비슷한 이름인 무려 ‘앱미인’이란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이다. 괴물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앱미인은 한 성형외과 측에서 설정한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모범답안 얼굴과 사용자 얼굴의 외곽라인 이목구비 간격 크기 등을 계산, 비교하여 성형 견적을 내주는 앱이다.
필자를 포함한 4명의 견적을 받아봤는데, 본인은 1570만 원으로 1등을 기록했다. 브이라인 성형, 코 평수 축소, 입술 축소 등…,,, 3등은 1260만 원, 2등은 1020만 원 그리고 필자도 평소 미인이라고 생각한 마지막 친구는 고칠 필요가 없다고 나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조금은 객관적인 지수 같아 기분이 더러웠다. 이 더러운 서울 시티의 비둘기가 흘리는 눈물을 본 적 있는가. 나는 있다. 내 얼굴을 보고 울고 있었다. 농담이다. 나는 꼴등이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성형 미인이 정답인, 그깟 성형외과에서 정해놓은 인위적인 기준에서 멀리 떨어졌기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러운 인간이라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뒷골에 남은 묘한 스트레스는 지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잔인한 사실은 100점 만점의 기준이 아닌 몇천만 혹은 몇백만 원과 같은 금액으로 측정된다는 점이다. 일부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진 친구들이 이 이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의 얼굴을 평가받고, 사회초년생의 연봉에 버금가는 견적을 목표로 설정하고, 두 눈을 반짝이며 노동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동기부여로 참으로 좋다는 것이다.
VISLA 애독자 여러분도 성형 견적을 내준다는 명목 아래 얼굴에 점수를 먹이는 친절하고 더러운 평가질 게임에 동참하여 친구들과 외모 우열을 가린 뒤 서울에서 가장 빛나는 신사동 거리에서 외모를 뽐내보자. 평소 자신과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다가가 일기토를 신청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