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군중이 함께 키우는 식물, Please Take Care of My Plant

인터넷은 실로 많은 걸 가능케 한다. 현시대에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는 점점 더 얇아지고 있고, 많은 이들이 인터넷 없이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단순히 의존하는 것을 넘어 인터넷에 의해 생존이 좌지우지되는 생명체가 있다. 온라인 군중의 의사 결정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되는 식물, ‘Please take care of my plant’가 바로 그것이다.

3년 전, 동료들과 번갈아 가며 식물에 물을 주던 데이터 엔지니어 타일러 우즈(Tyler Wood)는 인터넷을 통해 식물에 물을 주는 시스템을 구상하게 되었고, 쓰지 않는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신용카드 크기의 작은 싱글보드 컴퓨터)를 이용해 개발에 착수한다. 식물 정도라면 인터넷에 의해 생존이 결정되더라도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판단한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 내에 ‘r/takecarofyplant’라는 서브레딧을 개설하게 된다.

서브레딧 내에서는 매일 투표가 진행되며, 그 결과에 따라 식물에 물을 줄지 말지 여부가 결정된다. 물을 주게 될 경우 라즈베리 파이를 통해 워터 펌프가 작동하는 식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타일러 우즈는 간혹 화분을 갈아주는 정도만 관여할 뿐, 인터넷 군중들에게 식물의 생존권을 일체 양도한다. Please take care of my plant 웹페이지에서는 식물의 상황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센서를 통해 습도, 일조량, 온도 등의 정보가 함께 공유된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인터넷 군중의 결정에 따라 실제 식물에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식물 제프(Jeff)는 약 2년간 생존했지만 타일러 우즈가 다른 주로 이사하는 바람에 시들어버렸고, 현재는 두 번째 식물 프레이야(Freyja)가 자라고 있다. 엔지니어의 방관 속에서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생물의 생존 여부를 전적으로 결정한다. 때때로 식물에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주지 않기를 선택하는 짓궂은 이용자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경우 과반수 이용자의 결정에 따라 커뮤니티의 선택은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오곤 한다고.

그렇게 인터넷 군중의 선택은 지난 3년간 두 생명체를 길러왔다. 많은 이의 방해에도 결국 선택은 항상 생명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왠지 메말랐던 인류애를 북돋아 주는 느낌이다. 오늘도 레딧의 이용자들은 서브레딧에 모여 프레이야의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당신도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면, 하단의 링크를 참고하도록 하자.

Please take care of my plant 공식 웹페이지
takecareofmyplant 서브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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