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사랑 그리고 재생에 관한 메시지가 담긴 Marni의 AW20 패션쇼

지난 1월 11일(현지 시각), 밀라노(Milan) 패션위크에서 마르니(Marni)의 2020년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이 공개되었다. 이날 마르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체스코 리소(Francesco Risso)와 현대 무용가 미켈레 리초(Michele Rizzo)가 마련한 공간은 일반적인 쇼장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그곳에는 런웨이도, 관객석도 없었으며,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모델만이 게스트를 맞이했다.

쇼가 시작되자, 음악과 함께 모델이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음악이 바뀌자 그들은 빠르게 원을 그리며 삽시간에 무대를 빠져나갔다. 마치 한 편의 현대무용 작품과도 같았던 이 공연은 프란체스코 리소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en Poe)의 단편 소설 “붉은 죽음의 가면(The Masque of the Red Death)”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구상한 것.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갑작스럽게 나라를 덮친 적사병이라는 질병을 피하고자 프로스페로 대공(Prince Prospero)은 친구들과 함께 큰 사원에 숨어들지만, 사원 생활이 지루해진 그는 사원의 일곱 방에서 무도회를 연다. 하지만 그들의 무도회는 붉은 옷과 기괴한 가면을 쓴 남자에 의해 방해받게 되고, 이후 이 남자가 적사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도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프란체스코 리소는 이날 자신의 쇼장에 프로스페로의 무도회를 구현했다. 그는 “이곳은 인생의 어떠한 기습이 패션에 대한 콘셉트를 지워버릴 때까지 사랑의 끝을 향해 춤을 추는 프로스페로의 궁정이었다”고 설명했으며, 모델들의 안무가 “우리를 죽음이 아닌 사랑의 끝과 시작에 이르게 하는 춤”이었다고 덧붙였다.

한 편, 이번 AW20 컬렉션에서 그가 선보인 피스 대부분이 50년대 데드스탁(Dead Stock)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역시 매우 흥미롭다. 하트 패턴을 비롯한 레트로 패턴들이 컬렉션의 전반적인 무게감을 덜어주었으며, 핑크와 레드 등 화려한 컬러들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거의 소재와 트렌드가 새롭게 태어났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붉은 죽음의 가면”의 메시지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전통적인 형식의 패션쇼를 뛰어넘어 한 편의 작품이 된 이번 컬렉션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상단에 첨부된 영상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 어딘가에서 펼쳐지는 듯한 퍼포먼스를 감상해보자.

Marni 공식 웹사이트
Marni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Michele Rizzo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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