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크리스토퍼 스트리트(Christopher Street)는 동성애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곳이다. 1969년 뉴욕 경찰이 크리스토퍼 스트리트에 위치한 게이 바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서 동성애자들을 폭력적으로 수색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역사적인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이 일어났으며, 이 거리의 이름을 딴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hristopher Street Day)는 지금까지도 유럽 동성애자들에게 가장 큰 축제일로 기념되고 있다.
스톤월 항쟁이 도시를 뒤흔든 이후인 1976년, 포토그래퍼 수닐 굽타(Sunil Gupta)는 크리스토퍼 스트리트의 LGBT 신(Scene)을 부지런히 렌즈 안에 담았다. 그의 기록물들은 이후 “Christopher Street 1976”이라는 프로젝트로 세상에 공개되었는데, 그의 팬을 자청한 인물 중에는 헬무트 랭(Helmut Lang)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마스 카슨(Thomas Cawson)도 포함되어 있었다. 토마스 카슨은 수닐 굽타의 프로젝트를 2020년으로 불러오길 원했으며, 그들의 협업 프로젝트는 헬무트 랭의 2020년 가을 겨울 컬렉션을 통해 완성되었다.
44년 만에 크리스토퍼 스트리트를 다시 찾은 수닐 굽타는 헬무트 랭 피스를 착용한 모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통해 2020년 뉴욕의 LGBT 신을 조명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관점으로 진행된 그의 작업은 색다른 느낌의 결과물을 완성했다. 제이콥 빅슨먼(Jacob Bixenman), 파커 킷(Parker Kit) 등이 참여했으며, 해당 이미지들은 워싱턴 스트리트(Washington Street)에 위치한 헬무트 랭 부티크에서 “Christopher Street 1976”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들의 협업에 관심이 생긴다면, 상단의 이미지는 물론 수닐 굽타의 이전 작품도 함께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