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LVMH 프라이즈(LVMH Prize)를 거머쥐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마린 세레(Marine Serre). 2018년 파리 패션 위크 데뷔, 컨버스(Converse)와의 협업 제품 출시 등 쉴 새 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하프 문(Half Moon) 패턴과 함께 점점 더 패션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0년 봄 여름 시즌을 위해 그녀가 지난해 선보인 컬렉션의 주제는 “마리 누아르(Marée Noire)”. 흑조(黑潮), 혹은 기름띠라는 의미가 담긴 이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녀는 환경 오염으로 인한 대멸종 이후의 세계를 그려냈다. 다양한 업사이클링 소재가 등장했으며, 게스트들에게 전달된 검은 우산은 마치 장례식과 같은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 흐른 지금, 마린 세레는 새로운 캠페인 필름을 공개하며 지난 컬렉션의 세계관을 다시 한번 선보였다. “에덴(Eden)”, “가뭄(The Drought)”, “단절(Breach)”, “나아감(The Pass)” 총 네 파트로 구성된 이 영상은 환경 오염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고통받던 이들이 결국 현대 문명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고, 모든 것이 파괴된 땅에서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는 상징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전 시즌에도 캠페인 필름을 통해 종말론적 세계관을 표현한 바 있는 마린 세레는 이번에도 실사와 그래픽을 절묘하게 융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으며, 강렬한 이미지들 속에 컬렉션 피스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개성 있는 캠페인 필름을 완성했다.
지속 가능성을 주창하는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도 마린 세레만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단연 돋보인다. 실제로 마린 세레는 캠페인을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컬렉션의 대부분을 업사이클링 소재나 친환경 빈티지 원단을 이용해 제작하는 등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가 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에코 패션’을 하나의 트렌드가 아닌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설정하고 있는 그녀의 행보를 응원하며, 마린 세레가 계속해서 선보일 그녀만의 세계관을 앞으로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