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셀린느(Celine)의 무대를 끝으로 파리 패션위크 2023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이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예술과 패션 사이를 넘나들며 펼쳐 놓은 미적 세계는 패션 위크가 끝난 지금까지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을 남겨 놓은 듯하다. 하지만 80억에 다다른 천태만상 지구촌에 어디 보기 좋은 꽃만 있으랴. “납치당하기 위해서는 빛 속으로 걸어가야 한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초현실주의 크리에이터, ‘House of Hallucination’은 기괴한 모습의 성모마리아를 쇼에 올리며 스스로 논란의 주인공을 자처했다.
2019년, 뉴욕 라텍스 볼(Latex Ball) 쇼의 ‘괴상한’ 테마에 등장한 성모마리아의 가운을 한 남성이 잽싸게 잡아채 도망친다.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 우리는 성스러운 성모 마리아가 사실은 외계인이며 그녀가 잉태한 아기 예수 또한 소름 끼치는 괴생명체라는 불쾌한 음모와 마주하게 된다. 특히, 구릿빛 외계 생명체가 바닥에 쏟아낸 아기 로봇이 스스로 움직일 때 느껴지는 기괴함은 여태 상상 속에서 안간힘 쓰며 구축해온 장밋빛 동화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신성모독이다, 예술이다 갑론을박 말이 많지만, House of Hallucination은 쇼의 해석에 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경악을 금치 못하는 관객들의 표정을 등에 업고 1억 5천만 뷰라는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한 틱톡(TikTok) 영상을 지켜보며 House of Hallucination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