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Mcdonald’s)와의 협업 이후 단시간에 컬트 패션 마니아층을 확보한 핀란드 패션 레이블 베인(VAIN)이 지난밤 코펜하겐 패션위크를 통해 24 SS 컬렉션 ‘SOCIAL AVOIDANCE’을 공개했다. 지난 1월 피티 우오모 103에서 선보였던 23 FW 데뷔 컬렉션 ‘NU-RMO’에 이어 이번 컬렉션에서 역시 발랄함보다는 어두운 분위기를 이어간 모습.
폐건물을 닮은 공간에서 진행된 이번 컬렉션에는 ‘사회적 회피’가 물리적인 의미로 옮겨가기라도 한 듯 검정, 베이지 컬러를 필두로 세기말 병원을 떠올리게 하는 암울한 룩이 대거 등장했다. 가슴팍에 녹색 십자가를 새긴 절개 니트를 필두로 푸른색 수술실 장갑, 외과의사의 고전적 앞트임 절개 팬츠와 레더 부츠 등은 물론, 수갑처럼 양손을 연결한 재킷과 글로브로 본디지적 요소를 더하며 공포 영화 속 정신 병원에 수감된 위험한 환자의 이미지를 환기했다.
그러나 제품의 전면 한가운데에 떡하니 하트 모양 구멍을 뚫은 롱스커트부터 브랜드 로고를 활용한 분홍색 ‘VAIN LOVE’ 크롭 후디까지, ‘사랑’이 브랜드의 모든 것이라 전했던 디렉터 지미 베인(Jimi Vain)인 만큼 이번 컬렉션에서 역시 그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재치를 놓치지 않았다. 이외에도 핀란드어로 ‘옷 가게’를 뜻하는 ‘vaatekauppa’를 로고와 함께 프린트한 후디와 지난 맥도날드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캡과 탑 역시 이번 컬렉션의 어두운 무드에 자연스럽 녹여내며 24 SS 컬렉션을 완성했다. 즉 ‘사회적 회피’로 비롯된 악몽 같은 이미지의 나열 속 회복의 희망을 희뿌옇게 담아낸 것.
지미 베인은 컬렉션 노트를 통해 “24 SS 컬렉션을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혼돈에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 팬데믹, 전쟁,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우울증 등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을 때 나도 그에 동화됐다. 하지만 이런 혼돈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야 했다”라고 전했다.
짧은 기간 본인들의 역량을 십분 보여주며 어느덧 번듯한 패션 레이블로 성장한 헬싱키 브랜드 베인. 지난밤 공개된 영상과 함께 이들이 앞날을 함께 기대해 봐도 좋겠다.
이미지 출처 | V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