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24 FW 남성복 컬렉션은 웨스턴 스타일을 재정의한 런웨이를 선보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플레어 데님에 부츠를 신고, 스터드가 박힌 샴브레이 셔츠를 입고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을 보면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카우보이의 복장을 깊게 연구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웨스턴 무드가 주를 이룬 컬렉션이었지만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이후 루이 비통 하우스의 상징과도 같은 스트리트, 힙합적인 요소 역시 빼먹지 않았다. 이를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요소가 바로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 돌리 코헨(Dolly Cohen)이 루이 비통을 위해 디자인한 ‘그릴즈(Grillz)’다.
돌리 코헨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주얼리 디자이너다. 그녀의 그릴즈는 한마디로 ‘특별하다’. 퍼렐 윌리엄스를 포함해 마돈나(Madonna), 리아나(Rihanna), 드레이크(Drake), 카라 델레바인(Cara Delevingne), 에이셉 라키(A$AP Rocky) 등 슈퍼스타들의 착용 사진만 보더라도 일반적인 그릴즈와는 결이 다르는 걸 알 수 있다. 그릴즈는 일반적으로 래퍼들이 이빨을 내보이며 과시하는 금,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과시적인 아이템으로 사용돼왔지만, 돌리의 그릴즈에는 절제가 담긴 세련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지금에야 성공적인 주얼리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돌리 코헨지만 그녀의 원래 직업은 치기공사다. 약 15년 전 그릴즈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과감히 전환했을 당시 돌리는 유럽 유일의 그릴즈 디자이너였는데, 당시 유럽에서 그릴즈를 제작하는 디자이너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보다는 본인만의 그릴즈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돌리의 커리어는 프랑스 주얼리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한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
유럽 주얼리 시장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던 그릴즈였기에 이를 극복하고자 돌리는 다양한 종류의 보석을 활용한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그릴즈를 제작해 심미적인 요소를 극대화시켰다. 또한 치기공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착용감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이며 고객 치아에 최적화된 그릴즈를 제작하는 장인 정신 또한 담았다.
디자인과 착용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녀의 그릴즈는 곧 그릴즈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은 미국 유명 아티스트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앞서 언급한 슈퍼스타들의 러브콜은 곧 그녀에게 ‘ANDAM Accessories Prize 2022’를 안겨주었다. 그릴즈 불모지인 유럽에서 이룬 쾌거다. 돌리는 루이 비통과의 협업 전에도 지방시(Givenchy)의 15 FW 컬렉션에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돌리 코헨은 지방시를 이끌던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와 함께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가 쓴 가면을 연상시키는 다소 혐오스러울 수 있는 수직 금속 막대가 달린 마우스피스를 제작했다. 또한 2016년에는 후드 바이 에어(Hood By Air)의 런웨이를 위해 치과에서 볼법한 개구기를 연상시키는 독창적인 작품을 제작해 선보였다.
돌리 코헨은 최근까지도 루이 비통 외 다수의 브랜드,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하며 그릴즈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그릴즈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 15년 이상 꾸준히 갈고닦은 그녀의 그릴즈는 특정 문화와 세대를 넘어 그릴즈가 보편적인 주얼리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앞으로 돌리가 선보일 그릴즈가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이다.
이미지 출처 | Dolly Cohen, Pharrell Williams, Louis Vuitton, A$AP Rocky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