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아프리카의 한 나라 콩고 민주공화국에는 세계가 인정한 수트족이 있다. 사퍼(The Sapeurs)라 불리는 그들은 똑 떨어지는 깔끔한 수트와 함께 파이프, 지팡이로 자신들만의 멋을 뽐낸다. 사퍼의 기원은 ‘Société des ambianceurs et des personnes élégantes’, 즉 세련되고 우아한 신사 모임 정도의 뜻이다. 수트와 모자, 파이프, 지팡이 등으로 클래식 복식을 표현하는 사퍼는 그 기원도 흥미롭다. 콩고의 사회운동가 André Matsoua가 1926년 프랑스에서 콩고로 귀국할 당시 프랑스제 수트를 입고 귀국한 것이 사퍼의 발단이었다. 많은 콩고인이 고급스러운 수트를 입은 모습에 큰 매력을 느낀 것. 이후 Papa Wemba와 같은 뮤지션을 통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러서는 콩고 고유의 문화로 이어졌다.
이들 복식의 규칙 중 하나는 아무리 화려한 복장이라도 3색 이하의 조합을 유지하는 것으로 다양한 색상 조합이 아니더라도 훌륭한 룩을 연출해낸다. 지금에 이르러 사퍼는 복식 그 자체의 미학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었는데, 이는 오랜 내전으로 상처 입은 자신을 치유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이해되고 있다. 21세기 이후 세계 곳곳 여러 매체에 소개되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사진작가 Daniele Tamagni가 직접 사퍼를 촬영해 사진집으로 엮은 [Gentlemen of Bacongo(2009)] 책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장소의 생각지 못한 복식은 꽤 재밌다. 그것도 우리가 평소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콩고’라는 나라의 이면은 조금 더 특수한 시각으로 그들을 관찰하게 한다. 콩고의 1인 당 GDP는 2,300$가량, 그들이 결코 부유해서 고가의 수트를 차려입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사퍼 문화의 가치를 더한다. 의복뿐 아니라 그에 맞는 매너까지 갖춰야 진짜 사퍼가 될 수 있다는 그들의 말에서 복식 문화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아래 Daniele Tamagni의 개인 웹사이트에서 더욱 많은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