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기승을 부렸던 미세먼지의 여파는 눈앞의 뿌연 시야보다 마스크를 착용한 그 수많은 인파로 더욱 쉽게 와 닿았다. 동시에 최근의 유행은 별다른 이유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어떤 멋과 직결되는 것 같기도 하다. 직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이런 현상을 지켜보는 일이 꽤 재미있는데, 이보다 조금 앞서나간 일본 출신 디자이너 한 명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름은 무라야마 신(Shin Murayama), 그는 TWONESS라는 뉴욕 거점 브랜드의 디렉터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One of a Kind’를 모토로 전개하는 브랜드 TWONESS 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닥터 로마넬리(Dr. ROMANELLI)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데님과 클래식 야구 저지를 바탕으로 제작한 TWONESS 제품은 닥터 로마넬리에 비해 조금 더 얌전하지만, 제각각의 의류를 자르고 붙여 새로운 옷을 창작해내는데 또 다른 색의 재능을 갖추고 있음은 분명하다.
2006년부터 의류 디자인을 시작, 활동한 이력에 비해 주목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많은 패션 인사가 눈여겨 보고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그 작업물 역시 네펜데스(NEPENTHES),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 등 유수의 숍에서 각광받고 있다. 단순히 옷을 재조합하는 것 외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마스크로 이어지며 처음 마스크 창작을 시작했는데, 인간이 걸치는 것 중 유일하게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지 못한 것이 마스크라고 생각한 것이 중요한 시발점이다. 아마 최근의 한국에 방문했다면 그 생각이 크게 뒤바뀌었을 수도.
아무튼, 무라야마 신의 작품은 지금껏 그 창의성을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기존의 캡, 스니커를 분해해 재조합하거나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제작한 마스크는 신선함이 가득하다. 도처에 널린 기성품보다는 하나의 예술품을 만든다는 일념과 창의성의 결합은 놀라운 결과물을 탄생시킨다. 모든 공정이 수제로 이루어지기에 구매하기 몹시 까다롭지만, 운이 좋다면 네펜데스 뉴욕 스토어에서 8만엔 정도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마스크 수익의 절반은 에이즈 환자를 위한 기관에 기부, 그 창작물만큼이나 멋진 생각 지닌 디자이너다. 앞으로 더욱 왕성한 활동을 기대하며 무라야마 신의 작품을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