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다수의 럭셔리 브랜드는 그 역사와 이름값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로 변형, 발전하고 있다. 그것이 브랜드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명품 브랜드의 패러디, 오마주를 지겹도록 만나고 있는데, 이런 분야에서 구찌고스트(GucciGhost)는 상당히 좋은 기회를 잡았다. 구찌를 사모하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시작, 새로운 구찌 수석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눈에 들어 2016 A/W를 멋들어지게 꾸며낸 구찌고스트는 그 범위를 더욱 넓혀 2016 F/W 컬렉션에서도 자리를 꿰찼다.
단순한 그라피티 아티스트의 재미있는 장난으로 치부될 뻔한 ‘해적판’을 정식으로 삽입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결정력과 용기도 대단하지만, 그에 완벽히 부응한 구찌고스트의 기량이 이번 협업의 기초가 되지 않았을까. 구찌는 2016 F/W 캠페인에서도 구찌고스트의 그라피티를 살금살금 보여주며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예고를 전했다. 그리고 드디어 구찌와 구찌고스트의 협업 컬렉션이 공개되었다. 구찌 로고 패턴을 조악하게 그려낸 그래픽으로 점철된 이번 협업에서는 그전 보여줬던 파격적이고 거친, 구찌고스트의 멋을 찾기는 어렵다.
외려 그가 운영하는 개인 웹스토어의 제품이 오리지널처럼 보일 정도. 의외성을 정제해 협업의 의미가 퇴색된 컬렉션에서 매력을 찾기란 도통 어렵다. 쓰레기통과 변기에 새겨진 구찌 로고가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스웨트셔츠, 고급 스니커 속 구찌고스트의 그래픽은 고급식기에 담긴 불량식품을 떠오르게 한다. 이번 협업 컬렉션은 현재 콜레뜨 스토어를 비롯한 선택된 고급 편집숍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