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스파 브랜드의 생산 공정을 비판하는 아트워크

몇 년 전부터 이어지는 스파(SPA) 브랜드의 득세는 지금의 패션 시장 전반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년 갱신하는 패션 브랜드 랭킹 따위의 자료는 현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대표적인 이름인 자라(ZARA)나 H&M, 유니클로(UNIQLO)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와 있으며, 이들의 성장 속도 역시 어마무시하다.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빠르게 선정, 저렴하게 내놓는 것이 스파 브랜드의 중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이패션을 즐기던, 스트리트웨어를 선호하던 누구에게나 옷장에 이런 스파 브랜드의 떼기가 하나쯤은 있으리라.

어쨌든, 스파 브랜드의 강점은 그 가격에 있다. 기업이 바보가 아닌 이상 철 지난 유행을 끄집어내는 일은 당연히 없을 것이고, 낮은 가격으로 하여금 소비자의 입맛을 당기는 전략이 스파 브랜드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렇게 싸게 옷을 사면서, 이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생각해본 일이 있는지.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었으니 저렴하다’와 같은 싱거운 소리를 해야겠지만, 사실, 이게 당연하다. 필리핀, 방글라데시, 들어본 적도 없는 중국의 도시에서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 어린아이들이 쉴 새 없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2만 원이 채 안 되는 티셔츠 한 장의 인건비는 과연 얼마나 될까? 2013년 H&M의 의류를 생산하던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공장 붕괴는 이러한 패스트 패션 산업 전반에 큰 충격을 줬던 사건 중 하나였다. 폴란드의 아티스트 이고르 도브로볼스키(Igor Dobrowolski)는 스파 브랜드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고자 가짜 스파 브랜드 광고판을 제작 후 거리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 스파 브랜드의 로고 뒤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일하는 어린 노동자의 사진과 라나 플라자 공장 붕괴 당시의 사진을 합성한 광고판은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스파 브랜드를 구매했던 이의 생각 전환을 촉구한다.

비싼 옷을 구매하는 것만이 낭비가 아니다.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그 옷이 합당한 과정을 통해 제작된 옷인지, 짧게라도 생각해본다면 당신의 의복생활이 더욱 의미 있어 질지도 모른다.

Igor Dobrowolski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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