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아바타를 가진 채 살아간다. 애플의 미모티콘, 게임 속 캐릭터 등 자신과 닮거나 전혀 다른 아바타들은 인터넷망 속에서 우리를 대신한다. 버추얼 휴먼의 미디어 활동까지 더해지며 가상과 현실의 결합, 이동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아 보이는 사회에서 캐릭터는 개인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까? 그것이 현실을 대신할 수 있을까?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공개된 “니트 아일랜드(Knit’s Island)”는 현실의 게이머가 아닌 게임 속 캐릭터의 관찰을 통해 공동체를 탐구한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가진 게임 “DayZ”에 등장한 세 명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에키엠 바르비에(Ekiem Barbier), 길렘 코스(Guilhem Causse), 캉탱 렐구아크(Quentin L’helgoualc’h)는 게임 맵을 돌아다니며 자신들을 ‘프렌치 다큐멘터리언’이라고 소개한다. 좀비 게임에서 나올 법한 인사는 아니지만 게임 유저들은 그들을 흥미롭다는 듯이 맞아준다. 게임 속 집단은 동물보호단체, 카니발, 종교단체 등 다양한 콘셉트로 등장하며 많게는 10년 동안 플레이한 터줏대감 유저도 있다. 종내에는 유저들과 함께 세상의 끝(맵의 끝)을 찾아 떠나는데, 그 여정은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현실로 나가는 문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한 감상을 주기도 한다. 캐릭터가 수면 보행을 하는 것이 현실로 다가서기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영화 내에서 세 명의 제작자는 카메라맨, 테크니션, 인터뷰어의 구분을 둔다. 물질적인 카메라 없이도 게임 화면은 모니터가 되고 게이머들의 작은 중얼거림까지 스크립트로 저장된다. 가상이 현실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제작 형식이 맞닿아 있음은 또 다른 매력으로 작용하여 화면 곳곳에 보이는 요소들에 흥미를 갖게 만든다.
“니트 아일랜드”는 오는 19일, 20일에 상영되며 20일에는 ‘독스 토크’가 진행된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작품은 자체 개발한 다큐멘터리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보다(VoDA)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으니 부담 없이 다양한 작품을 만나보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TIFF, CN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