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MG 소속 아티스트 후디(Hoody)가 오랜 활동 끝에 자신의 정규 1집 [Departure]를 발매했다. 프로듀서로는 마이다스 허치(Midas Hutch), 슬롬(Slom), 아이오아(IOAH), 차차말론(Cha Cha Malone) 등이 참여했고, 커버 아트워크에는 아티스트 이호수가 참여했다.
후디(Hoody)는 2013년 첫 믹스테잎 [By Myself]를 시작으로 뮤지션으로서 첫 발걸음을 뗐고, 이후 매해 수많은 협업과 싱글을 통해 커리어를 쌓았다. 그녀의 보컬은 존재감을 강하게 표하거나 곡을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깔끔한 보이스 톤으로 소위 ‘음색 깡패’라는 수식으로 폭넓은 장르를 소화해왔다. 본작은 이 음색을 닮아 매우 섬세해 마치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이라고 할 만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여기에 후디는 지금껏 연인 내지는 타인의 외부에 있는 것만 같던 삶의 주체를 자신 내부로 ‘돌아오게 하는’ 과정을 오롯이 담았다. 이렇듯 서사의 중심이 자신을 향해 있기에 자연스럽게 피처링 진 또한 어글리덕(Ugly Duck), 그레이(GRAY), 제이클레프(Jclef) 등으로 최소화한 편이다.
첫 트랙 “Perfect Timing”에서 후디는 트랩 비트 위에 부드러운 인스트루멘탈로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멀어져 간다고 말하며 [Departure]를 알린다. 다음 트랙 “그대로 있어줘”는 네덜란드의 프로듀서 마이다스 허치(Midas Hutch)가 작업한 비트인데, 여기서 후디는 드럼 사운드가 도드라진 비트에 가성이 많이 섞인 보이스로 첫 곡과는 대비되게 서로 대화가 줄어든 연인이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여기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어글리덕 또한 권태로운 상황을 인지하고 “단순한 듯 까다로운 2인 3각 레이스 / 억지로 맞추지마, 한발씩 나란하게”라는 가사로 상황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것을 이야기한다. 세 번째 “Love Again”은 최근 AOMG와 교류가 잦은 에잇볼타운(8BallTown) 소속 브론즈(Bronze)의 비트인데, 후디는 반복하는 이별 속에서도 다시 사랑에 빠지고 싶다고 말한다. 이별이 일어나는 과정인 초반부의 두 곡을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의 레트로 팝 스타일로 만들었고, 이러한 곡에서도 목소리가 잘 어우러지게 하는 후디의 해석력이 돋보인다.
네 번째 곡 “Thank You”와 다섯 번째 곡 “MIRO”는 모두 슬롬(Slom)이 제작했는데, 여기에서부터 인스트루멘탈에 공간감이 생기면서 흥겨운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고, 몽환적으로 변하며 후디는 인간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혼란스러움에 관한 추상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 “Thank You”에서는 변해가던 자신의 모습을 자각한 뒤 자신의 뜻을 세우려고 하며, 다음 곡에서는 하우스 비트 위에서 미로 같은 혼란한 상황을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본작의 주제인 ‘떠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분위기를 잠시 환기시키는 “Something Missing”을 지나 “또”에서는 90년대의 R&B 류의 비트로 ‘다시’ 사랑을 시작한 상황을 이야기하다가, 여러 번 호흡을 맞춘 차차말론의 비트 “안녕히(Adios)”에서 피아노 기반의 트랩 비트 위로 다시금 자신을 속박하는 ‘두 팔에 달린 끈을 잘라내고’ 자유를 찾아 떠나고자 한다. 그레이는 여기에서 트렌디한 라임이 돋보이는 깔끔한 랩으로 힘을 보탠다. 프로듀서 아이오아의 몽환적인 비트가 인상적인 “춤”에서는 ‘날 춤을 추게 해 / 그러다 넘어지게 해 / 그런 날 애써 위로해’라는 브릿지 구절로 자신에게 서툰 춤을 추게 만드는 사람들의 세태를 묘사한다. 제이클레프는 이 곡에서 “너의 작은 우주에 나를 참작해달라고” 등의 재치 있는 가사를 특유의 싱잉-랩으로 뱉는다. “선과 악”에서는 마침내 원하는 대로 사는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길 권하며, 마지막 “Complex”를 통해 첫 만남에서 상대에게 속박된 열등감과 이를 벗어고자 하는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다. 후반부에는 대부분 청자가 분명치 않아 좀 더 개인적이라는 인상이다. 추상적인 시상이 활용되며, 이에 따라 곡들은 조금 더 복잡해짐과 동시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본작이 구간에 따라 사운드의 흐름 또한 일관성을 보이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앨범의 가사는 자유로운 상태로 떠난다는 불안과 혼란함을 표현해 ‘이별’ 혹은 ‘떠남’이라는 서사를 꾸준히 언급함과 동시에 규칙적으로 ‘속박’이나 ‘간섭’의 이미지를 담은 곡 또한 수록하였다. 다만 [Departure]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데 비해서는 시상의 진행이 곡이 배열된 순서에 따라 상승과 하강, 진행과 후퇴가 조금 잦게 반복되는 점이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많은 프로듀서와 작업하면서 완성한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많은 만큼 이번 앨범에서도 여러 프로듀서의 비트에 후디의 목소리가 전천후로 잘 어울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본인에게 잘 맞는 곡을 주도적으로 초이스하고 알맞은 멜로디를 만드는 탁월한 역량으로, 자신의 매력을 온전히 보이는 이 정규 앨범은 그간 피처링으로만 그녀를 기억해왔던 사람들에게는 괄목할 만한 변화를 느끼게 할 것. 후디가 주도적으로 자아를 찾아나가는 감미로운 여정을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