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아이콘으로 발돋움한 뮤지션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 자신의 싱글 “In My Room”을 공개했다.
[Channel Orange]와 [Blonde]라는 선 굵은 명작을 내고 미디어를 피해 은둔한 프랭크 오션이 마침내 2018년 말 인스타그램을 공개 계정으로 돌린 이후, 대다수의 리스너는 다시금 프랭크 오션이 아련하게 눈물 나는 소울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10월 하순경 디제이 리믹스 버전의 스니펫으로만 공개된 “Cayendo”, “Dear April”의 경우는 기대에 부응했지만, 정작 디지털 정식 음원으로 발매된 “DHL”은 변주되는 앰비언트 사운드 위에서 DHL 운송 서비스로 배송되는 약물로 세월을 보낸다는 단순한 내용의 클라우드 랩을 시도했는데, 반가우면서도, 뜬금없이 들고 나온 랩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혼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뒤이어 공개된 본 싱글은 소울렉션(Soulection)의 상고(Sàngo)가 제작한 트랩 비트, 거기에 합쳐지는 애시드한 전자피아노와 베이스 위에 현시대의 트렌드에 가까운 싱잉-랩을 선보인다. 초반에는 중간에 휴지를 많이 두다가도, 후반에 빠르게 뱉는 부분에서는 살짝 발음을 뭉개는 플로우를 적절히 사용한다. 또한 “I’m pretty still in a pit of snakes ─ 난 뱀 구덩이에서도 고요하지 ─” 등의 가사로 자신의 태도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말하고, “Forty-nine diamonds, stuffed in my bracelet/That cost a whop, that cost a whopper ─ 49개 다이아몬드, 내 팔찌에 박았지/이건 돈 많이 들어, 예전 건 와퍼 값 ─ ” 등으로 자신이 자주 착용하던 ‘와퍼 값’ 꽃 모양 구슬 팔찌를 똑같은 구슬 형태의 다이아몬드로 바꿔 만든 팔찌를 찼다며 워드플레이와 전형적인 브라가도시오를 선보이기도 한다.
물론 행보를 지켜봐야겠지만, 대중들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타이밍에 릴리즈한 선공개 트랙들의 스타일이 결국 클라우드 랩, 트랩 기반 싱잉-랩이라는 점을 보아 어느 정도 현재 트렌드에 더 가까워진 트랙들로 차기작을 채울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는 프랭크 스스로가 대중과 미디어에서 잠시 멀어지면서 ‘신격화’되고 ‘괴리’되어 있던 자신을 현재의 대중에게 낯설지 않게 접촉시키려는 의중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한편 현재의 흐름대로라면 아예 랩 음반이 될 것이라는 예상 또한 존재해 리스너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방에 앉아 있는 커버 밑의 실루엣을 보면 차기작이 총 17트랙으로 구성될 것으로 추측되는데, 과연 마냥 적지 않을 러닝타임 속에서 이 곡들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프랭크 오션의 싱잉-랩을 한번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