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VISLA 매거진에 실린 앨범 [Les Viann]의 글에 따르면 당시 비앙(Viann)은 기대주였다고 한다. 막 국방의 의무를 끝마쳐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에 참여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중이었다고. 길지 않은 경력에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이름이라 했다. 그러나 현재, 비앙의 음악을 들어본 청자라면 입을 모아 걸출한 프로듀서라고 이야기할 것.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년간 다양한 뮤지션과의 협업, 컴필레이션 등에 참여하며, 2017년엔 [재건축], 2018년엔 [Open Monday]로 각각 한국대중음악상 랩& 힙합 음반 부분, 한국힙합어워즈 ‘과소평가된 앨범’ 부분을 수상했다. 그리고 11월 21일, 비와이(BewhY)의 새로운 레이블 데자부 그룹(Dejavu Group)의 첫 식구가 됨을 알리며 동시, 두 번째 정규 앨범 [The Baker]를 11월 23일 깜짝 공개했다.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 [Les Viann]은 LA 비트 신(scene), 특히 제이 딜라(J Dilla)나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그리고 그의 절친한 동료가 함께 꾸려가는 레이블, 브레인피더(Brainfeeder)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있었다. 이러한 시작은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겠다. 허나 두 번째에선 비앙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듯, 유려하게 작곡된 베이스라인이 눈에 띈다. 첫 앨범에 비교해 더욱 굵어진 베이스라인은 그의 안정된 심리, 즉 만족과 행복을 찾기 위한 과정을 겪으며 더욱 명확해졌다. 실제 드럼은 신드럼(SHIN DRUM), 베이스는 누기(Noogi)의 힘을 얻어 앨범 전체 꾸덕히 발라놓기도 했는데 이러한 요인 덕분에 열다섯 트랙으로 구성된 방대한 앨범은 하나의 주제를 관철하며, 유기적으로 엉겨 붙인 듯한 앨범의 서사에 큰 일조를 한다. 또한 5년간 축적한 로컬 신의 데이터베이스 역시 앨범에 큰 보탬이 되었으리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뮤지션이 비앙을 도와 앨범 [The Baker]의 서사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탰다.
비앙은 앨범 [The Baker]를 공개하며 ‘그냥 가볍게 들어주는 이야기’ 정도로 생각해 달라고 했는데, 나는 결코 가벼이 들어서는 안 되는 앨범이라 권하고 싶다. 이 앨범은 열다섯 장으로 나누어진 거대한 서사다. 앨범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은 디지털 시대, 절대 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