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라나다(Kaytranada)가 현지시각 12월 13일, 3년 만에 자신의 두번째 앨범 [Bubba]를 발표했다.
케이트라나다는 그의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크한 질감의 드럼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R&B, LO-Fi 비트, 힙합, 하우스 등의 넓은 스펙트럼의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프로듀서이기도. 그는 이러한 자신만의 결을 가지고, 좀 더 다양한 장르의 퓨전이었던 전작 [99.9%]와는 달리 본작에서는 훨씬 더 댄서블한 비트의 훵크, 알앤비와 하우스에 치중했고, 곡마다 래퍼보다는 보컬리스트를 훨씬 많이 기용했다. 가사나 메시지에 집중하기보다는 듣기 편하면서 춤추기 좋은 부드러운 앨범을 만드는 데 집중한 모양새다.
하우스에 70년대 알앤비를 잘 섞은 듯한 곡에서 마치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목소리를 연상케 하는 보컬 샘플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처음 트랙 “do it”에서 케이트라나다는 본작의 방향성을 이미 드러냈다. 가벼운 느낌으로 연주되는 건반과 몽환적인 신스가 돋보이는 댄서블한 알앤비 곡 “2 The Music”, SiR의 랩을 닮은 싱잉과 드럼이 그루브를 만들어내며, 동명의 릴웨인의 곡을 연상하게 만드는 제목의 “go dj”, 강한 베이스라인과 독특한 효과의 신스, 믹 젠킨스(Mick Jenkins)의 예상치 못한 싱잉-랩이 흥겨움을 더하는 “Gray Area”에 이어 강한 크래시 심벌의 인스트루멘탈 “Puff Lah” 로 초반부가 끝난다.
중반부는 칼리 우치스(Kali Uchis)의 보컬과 정말 꼭 들어맞는 흥겨운 비트의 “10%”가 분위기를 고조하며 시작한다. 본작에서 가히 케미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곡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독특한 스트링 사운드를 배경으로 마세고가 랩을 보여주는 “Need It”을 지나면,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듀오 밴제스(VanJess)의 보컬이 돋보이는 “Taste”가 나온다. 핑거스냅 사운드를 스네어로 사용하여 인스트루멘탈이 매우 트렌디할 뿐만 아니라, 끊김 없이 연주되는 베이스라인이 꽤 복잡한 사운드를 만드는데 밴제스는 이를 아주 잘 소화해내었다. 본작에서 케이트라나다의 프로듀싱 능력이 본작에서 가장 압권으로 드러난 트랙 중 하나이다. 뒤이어 아프리칸 리듬이 분위기를 살짝 전환하는 “Oh No”, 팝에 가까운 “What You Need”, 오랜만에 들은 골드링크의 목소리가 반가운 “vex oh”, 이어 굉장히 멜로디컬한 인스트루멘탈을 다양한 효과로 로우파이하게 사운드를 잡은 트랙 “Scared To Death”로 중반부를 갈무리한다.
후반부는 우리에게 생소한 듀란드 베르나르(Durand Bernarr)가 아주 매력적으로 화음을 쌓아놓은 “Freefall”로 부드럽게 시작한다. 이윽고 예상치 못한 강한 질감 드럼으로 시작하는 “Culture”에서 약간의 긴장감을 팽팽히 조이고, 다음 트랙 “The Worst In Me”에서는 역시 강한 질감의 드럼이지만 단단한 신스 사운드가 강조되어 티나셰(Tinashe)가 잘 각인되는 훅의 멜로디라인을 잘 살려준다. 이후로 사운드가 점차 가라앉는 인스트루멘탈 트랙 “September 21″을 지나, “Midsection”에 다다라서는 마치 끝나는 줄 알았던 공연의 앵콜 곡처럼 등장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가 80년대 스타일의 트로피컬 비트를 팔세토 창법으로 압도하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본작에서 케이트라나다는 감상하면 과연 케이트라나다 스타일이라고 인식만한 그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전체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힙합, 하우스, 알앤비 등의 장르를 오가면서도 드럼과 신스를 사용해 클럽에 적합한 디제이 셋처럼 댄서블한 바이브의 맥을 끝까지 이어나갔고, 보컬리스트들 또한 철저히 그의 악기로서 융화시켰다. 실로 센세이셔널한 임팩트를 남긴 전작 [99.9%]와 달리 다른 트랙들을 압도하는 곡이 잘 보이는 편은 아니지만, 이러한 구성은 아무래도 그가 탁월한 사운드 디자인과 리스너들이 부담 없이 즐길 만한 댄서블한 무드를 만드는 데에만 온전히 힘을 쏟은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더구나 현지 시각 기준 앨범 발매 예고를 처음 알린 일자가 겨우 12월 9일이었음을 감안하면, 마케팅적으로서도 굳이 널리 홍보를 하여 부담을 안고 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말해, 케이트라나다는 그저 유려한 흐름의 다양한 곡들 위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춤추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신의 장기에만 충실하게 [Bubba]를 만든 것이고,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위기를 이 정도로 구렁이 담 넘듯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의 개성이 준수한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선사하는 감미로운 곡들에 맞춰 춤춰보고 싶다면 본작을 여러 번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