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발매된 밴드 유기농맥주의 앨범 [TCR(Trans-Continental Railway)]을 여는 순간, 드넓은 우주 어딘가가 펼쳐진다. 제목이 ‘대륙횡단열차(Trans-Continental Railway)’라니 우주선보다는 “은하철도 999” 같은 우주 열차가 떠오른다. 또 “록의 근원을 파헤친다”라는 밴드의 포부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에드가 프뢰제(Edgar Froese), 마누엘 괴칭(Manuel Göttsching) 등 과거 독일에서 급진적인 프리 록을 시도한 주역들이 머릿속을 마구 스쳐 간다. “Part 1”, “Part 2” 단 두 곡만이 존재하며, 각각 31분 26초, 20분 9초, 총 51분의 연주를 고스란히 담은 앨범 [TCR]. 기나긴 여정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대륙횡단열차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운드 영역을 4등분하고 멤버들은 각자의 대역에서 연주를 시작한다. 연주가 진행되며 사운드 영역이 점차 깎여 나가는 것을 관찰하고, 이에 따른 파괴력을 파형으로 기록한다”라고 작업기를 직접 밝힌 유기농맥주는 유기농법만큼이나 엄격하게 원테이크 녹음 방식이라는 콘셉트를 고수했다. 그러나 그들의 현재가 과거와 다르게 변화되는 과정과 그 모습을 기록하려고 했다니, 밴드의 디스코그라피를 찬찬히 살펴봤다면 변화된 면모를 살필 수 있으리라. 문래예술공장과 합주실을 오가며 녹음된 앨범 [TCR]은 함석영과 이고우가 믹싱을, 쾅프로그램(Kuang Program)의 최태현이 마스터링을 도왔다. 또한 ‘헬리콥터 레코드(Helicopter Records)’를 통해 테이프로 제작됐으며, ‘모 레코드(MO Records)’를 통해 디지털 발매가 이뤄졌다.
한편 오는 11월 27일 금요일, 유기농맥주가 앨범 [TCR] 발매 기념 공연을 펼친다. 열차의 큰 기적소리를 담당하는 게스트로 최근 앨범 [Threshold Value]를 발매한 영 다이(Yeong Die)가 함께한다. 이번 공연은 유기농맥주가 [TCR]을 연주하는 마지막 열차가 될 예정이니, 관심이 있다면 홍대의 벨로주를 찾아가 보자.
행사 정보
일시 │ 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20:00
장소 │ 벨로주 홍대(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46 스튜디오빌딩 지하)
입장료 │ 예매 30,000원, 현매 4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