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MF 둠(MF DOOM)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나서 수많은 팬들은 생전에 그와 협업했던 걸출한 뮤지션들을 떠올리며 둠의 죽음을 애도했을 것이다. 어떤 앨범이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가? 몇 가지 손꼽히는 작업 중에서도 매드립(Madlib)과 함께 완성한 2004년작, [Madvillainy]는 구태여 수식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월이 흐를수록 그 진가를 발하는 앨범이겠다. 그렇다면, MF 둠의 사망 이후 청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Madvillainy]을 완성한 또 한 명의 레전드, 매드립에게 옮겨갈 것이다. 그는 과연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을까? 음악이다. 어떤 음악인가? 힙합이다. 지난 몇 년 간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의 역량을 최대치에 가깝게 끌어낸 두 번의 프로젝트, [Pinata]와 [Bandana]를 지나 다시 영국의 전자음악 프로듀서 포텟(Four Tet)과 함께 프로젝트 [Sound Ancestors]를 완수하기 위해 정력적인 작업을 이어가는 중. 힙합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 제이딜라(J Dilla) 그리고 MF 둠 모두 매들립의 곁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매드립의 이름으로 발표되고 포텟이 함께 쓴 트랙, “Hopprock”은 명상에 어울릴 법한 타악기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로 문을 열지만, 곧 자동 응답기 메시지 샘플에 이어 긴장감 있는 비트로 분위기를 완전히 전환한다. 암울했던 2020년의 끝 그리고 새해가 밝은 동시에 전해진 동료의 비보를 통과하는 사이 매드립은 “Hopprock”으로 자신의 심경을 연주하고 있다. 직접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