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예술과 마찬가지로 음악 또한 시대상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국민악파의 등장과 민족주의적 음악의 탄생, 재즈계가 스윙에서 비밥으로, 비밥이 모던 재즈로 과도적 변화를 거듭한 것을 예시로 돌아보자면, 각각 독립과 투쟁, 금주령과 경제 대공황, 세계 2차대전 발발과 종전이라는 커다란 톱니바퀴가 존재했었다. 그러한 시대상과 정서가 음악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어 다양한 소리의 사조로 변화, 이는 지긋지긋한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의 연속인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으리라.
지난 1년간 공연과 페스티벌 개최가 금지됐고, 클럽이 문을 닫았으며 그 일부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이양되기도 했다. 또한 디지털 시장에 반하여 바이닐 시장이 거대하게 성장,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가 탄생하며 수많은 뮤지션과 프로듀서들이 현시대를 반영한 저마다의 감상적인 음반을 공개하는 중이기도 하다.
최근 공개된 앨범 [Unfinished] 또한 현재의 음울한 시대상을 반영한 엠비언트 작으로 무시무시한 트랙 타이틀에 걸맞게 처절한 엠비언트 웨이브와 암울한 멜로디, 샘플로 무장했다. 이를 제작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전자음악 프로듀서 nthng. 그는 ‘로브스터 테레민(Lobster Theremin)’, ‘모르크(Mörk)’ 등의 하우스, 테크노 기반의 레이블에서 덥테크노 장르의 음반 발표로 꾸준하게 활동, 불과 작년까지도 앨범 [Hypnotherapy]를 공개, 덥테크노와 엠비언트를 양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Unfinished]는 온전히 엠버언트와 신시사이저 솔로 등 감상적인 곡으로 채웠다. 또한 ‘로브스터 테레민’ 산하의 엠비언트 레이블 ‘로브스터 슬립 시퀀스(Lobster Sleep Sequence)’로 발매된 점 역시 체크 포인트.
처절한 음색과 불안함, 공포로 일관됐지만 역시나 엠비언트 장르답게 감상과 사색을 요한다. nthng 또한 해당 앨범을 긴 사색과 함께 제작했으며, ‘로브스터 테레민’은 다음과 같은 라이너 노트를 남기기도. “록다운(Lockdown)은 우리가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만들었고, 우리 내부의 현실과 그간 잊힌 세상의 허약함을 탐구하도록 만들었다. 이 앨범은 희망적인 단어, 불길한 음악 그리고 또 다른 세상과 같은 사운드스케이프의 연속으로 선형적이지 않은 우리 시대를 진정으로 반영한 여정이다.”
총 17곡, 1시간 32분의 거대한 여정. 끝날 듯 말 듯 한 지루한 시간의 반복, 때마침 공개된 nthng의 엠비언트는 청자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할 기회의 판일 것. 앨범 [Unfinished]와 함께 자아성찰과 내면의 허약함을 탐구하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