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로컬의 뮤지션 해파리(haepaary)는 현대무용 음악감독으로 활동한 최혜원과 현대음악 싱어로 활동한 박민희가 이룬 전자음악 프로젝트다. 그들은 유년기부터 한국 전통음악 연주자로 시간을 다졌고, 이를 근간으로 테크노, 엠비언트 등의 현대적 소리를 크로스오버하여 음악을 주조한다. 6월 2일 발표된 그들의 첫 EP [Born by Gorgeousness] 또한 종묘제례악과 제사문화의 남창가곡을 해파리만의 현대적 가곡으로 재해석한 앨범이다.
조선의 왕실 사당인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던 음악과 춤인 종묘제례악을 엠비언트와 테크노에 접합하여 재해석한 EP [Born by Gorgeousness]은 종묘제례악의 매력에 빠진 순간을 떠올리며 “진찬”, “귀인-형가”, “희문”, “소무-독경”, “철변두-송신” 총 다섯 곡을 제작했다. ‘그들만 알기 아까운 음악’이었던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을 알리기 위해 그 고고한 매력을 추출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이 수반됐다고. 또한 전통 가무악이 내재한 팝의 면모를 끌어내고자 형식과 규율로 정제된 유교 음악에 레이브(Rave) 문화를 결합하기에 이르렀다.
EP [Born by Gorgeousness]엔 엄중한 종묘제례의 구성이나 의식의 의미가 담기진 않았으니 지레 겁은 먹지 말길. 민희의 주술적인 가곡과 혜원의 신비한 시퀀싱이 조화를 이룬 앨범이니 말이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EP는 무겁지만 가볍고, 엄격하지만 자유로우며, 정숙하지만 춤추고 싶은, 그야말로 모순된 세상의 소리라고 한다. EP를 직접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