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편견을 목격하고 경험한다. 성별, 나이, 인종, 국적, 성적 정체성, 직업, 학벌, 소득, 성적, 지위… 심지어 스스로를 향한 편견으로 자신을 옭아맨다. 편견으로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한다. 우리는 편견에 지독히 수식되고 있다.
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13번째 앨범 [편견에 대하여]를 발표했다. 전작들과는 다른 억양과 구성으로 45분간 편견에 대해 덤덤히 기술(Description)했다. 감정의 고조와 형용 없이 기술된 편견은 꽤나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번에는 베이시스트 송남현, 드러머 서경수가 새로운 명사(편견)를 수식해주는 데 함께했다. 이번 앨범을 두고 프리 재즈니 스피릿츄얼 재즈니 아방가르드니 구분은 중요치 않다. 장르적 구분 또한 우리의 편견일 수 있으니.
씁쓸한 웃음, 씁쓸한 슬픔, 씁쓸한 기쁨.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음악은 ‘씁쓸’이란 관형어다. 전작들에서의 포화된 슬픔이, 적분된 환희가, 침전하는 분노가 편견으로 전이되는 순간을 이번 앨범은 포착했다. 종국에는 ‘사랑’이라는 희망찬 편견으로부터 해방됨을 이야기한다. 이런 편견에 대한 고찰과 해방 의지는 데카르트와 같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결론을 맞는다.
거짓말! 이런 해석과 감상. 나아가 VISLA가 이런 글을 쓸 것, 이런 현혹의 미사여구들을 구사하지 않을 것. 모두 편견이다. 혼란스럽겠지만 김오키는 이번 앨범을 통해 편견에 대한 가장 모호하지만 근원적인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앨범에 대해 ‘편견 때문에 사랑할 수 없고 편견 때문에 많은 것이 죽는다’라 했다. 이 문장의 대우를 통해 알 수 있다. 사랑과 삶은 편견을 붕괴시킬 수 있는 충분조건임을. 첫 흡연의 추억처럼 매캐한 씁쓸함이 가득한 사색의 시작을 이 앨범을 통해 경험해보자.
김오키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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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OCLAN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