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몽상하며 지겨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다. ‘영화 속 인물이 소설에 있다면, 누구와 누가 같이 작업을 한다면’이라 하곤 피식 웃고 넘기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 이런 몽상이 현실이 되는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 같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세간의 모든 이목이 칸예 웨스트(Kanye West)에게 향하는 요즘, 거짓말 같은 어떤 대작의 발표는 세간의 이목을 빼앗기 시작했다.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작년 발매된 [Chromatica]을 완전히 재가공한 [Dawn Of Chromatica]가 발표됐다.
트랙 리스트의 첫 줄부터 비현실적이다. 레이디 가가와 LSDXOXO. 레이디 가가와 쿠쿠 클로에(COUCOU CHLOE)? 블랙핑크(BLACKPINK)와 샤이걸(Shygirl)이 한 트랙에 있다니? 그중 가장 압권은 아르카(Arca)와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가 함께라니? 아니, 잠깐 아르카와 아리아나 그란데? 볼을 꼬집어 보자. 아픈 걸 보니 꿈이 아닌 거 같다. 그렇다. 이건 비공식 매시업 트랙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누군가의 몽상도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크레딧이 노골적으로 말해주고 있지만 예상대로 엄청나게 짜고, 맵고, 시다. 이러한 맛들은 우리의 오감을 쉴 새 없이 뒤흔들게 만든다. 괴식 아니냐고? 걱정하지 말 것. 레이디 가가의 감리 아래 리믹스에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장기로 자비 없이 [Chromatica]를 요리했으니 말이다. 한편 아티스트들을 제일 잘하는 바를 펼칠 수 있도록 레이디 가가는 한발 물러선 전략이 돋보인다. “Stupid Love(COUCOU CHLOE Remix)”나 “911(Charli XCX & A.G. Cook Remix)”, “Sour Candy(Shygirl & Mura Masa Remix)”가 그러한데, 본래 주인은 철저히 단역이 되어주는 배려는 아티스트들의 아로마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많은 이들이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하고 있을 트랙인 “Rain On Me (Arca Remix)”은 자신 있게 추천해본다. 아르카는 은근하게 달여낸 [Mutant]에서의 대범함과 알맞은 온도에서 튀겨낸 [KiCk i]의 영리함으로 원곡을 요리하며 기가 막힌 앙상블을 만들었다. 균형과 조화가 완벽하게 잡힌 아르카식 산해진미를 맛본다면 이 맛을 평생 잊지 못할 것. 차세대 팝스타가 선사하는 이 근사한 퀴진(Cuisine)은 팝의 새로운 표준 규격을 위한 선언으로까지 들린다.
겉돌며 불협화음을 만드는 곡들도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긴 하나 몇 개의 불협화음으로 이와 같은 대작이 감산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아티스트들을 한 곳에 모으고 이들의 언어를 팝으로 번역한 프로덕션, 그 속에서 엿보이는 레이디 가가의 관록은 자신도 모르게 엄지를 치켜세우게 한다.
아무도 피그말리온을 믿지 않았지만 조각상은 현실이 됐다. 이건 그리스 신화 이야기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 음악 신(Scene)에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다. 처음 소피(Sophie)가 그린 동화를 두고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녀가 생전에 꿈꿔오고 만들고자 한 동화 세계는 숨결이 점점 붙어가고 있으며 레이디 가가의 연금술로 그 동화 세계는 더 빠르게 오고 있다. 현실의 초석을 자처한 레이디 가가가 작정하고 준비한 만찬에 홀릴 준비를 단단히 하고 그녀가 행하는 기적을 재빨리 확인해보자.
이미지 출처 | Interscope 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