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전자음악가 베리얼(Burial)의 새로운 EP [Antidawn]이 2022년 1월 6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4년간 EP 공개와 리믹서로 활발하게 활동한 베리얼. 그런데 이번 EP [Antidawn]은 커버아트가 조금 수상하다. 검정색 바탕과 그의 얼굴을 대신했던 십자 로고가 사라졌다. 정체 모를 인물이 그려진 삽화는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의 컨셉 아트가 연상되기도. 자타공인 게임 오타쿠, 아웃사이더로 각종 게임 사운드트랙을 자신의 음악에 녹여온 베리얼. 그러한 점 때문에 [Antidawn]의 예외적 커버아트는 그가 작정하고 게임에 관한 애정을 담은 것이 아닐까 하는 예상으로 이어진다.
트랙은 아직 비공개지만, [Antidawn]에 담길 음악에 관한 힌트가 궁금하다면 베리얼의 밴드캠프 계정을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트랙 리스트와 더불어 이번 EP에 관한 레이블 ‘하이퍼 덥(Hyperdub)’의 짧은 감상평도 만나볼 수 있다. 그 글에 따르면 패치워크, 콜라주적 작곡과 섬뜩한 오픈월드 게임 공간 사이의 경계점을 탐구한 EP라고. 탐구의 결과로 가사는 노래보다 우선적이고, 외로운 듯한 구절들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삭막하게 조각난 샘플의 콜라주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고. 또 겨울 도시의 느낌, 추위에 반하는 기이한 빛이 발한다고도 설명했다.
섣부른 짐작은 금물. 그러나 하이퍼 덥의 설명과 더불어 베리얼의 밴드캠프 페이지 하단에 태그된 앰비언트, 로어케이스(lowercase) 등의 최소주의적 장르 명과 레코드 숍 ‘주노(Juno)’가 [Antidawn]을 앰비언트/드론으로 분류한 점을 통해 지난 EP [Rival Dealer]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EP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베리얼은 [Rival Dealer], 특히 트랙 “Come Down to Us”에서 섬뜩한 사운드 스케이프로 트랙을 열어 황량한 어둠과 절망, 외로움을 연출, 트랙 중반부 이후에는 이더리얼(ethereal)한 앰비언트로 밝은 빛과 환희로 도달하는 길을 열어준다. 샘플을 인용한 가사의 의미가 우선적인 새 EP의 감상평과 마찬가지로 “Come Down to Us”에서 역시 멜리사 도슨(Melissa Dawson), 라나 워쇼스키(Lana Wachowski)의 육성을 통해 차별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탁월하게 전했다.
또 하이퍼 덥은 이번 EP가 경계점을 탐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리얼 특유의 콜라주와 연출법이 돋보일 것이며 여느 EP와 마찬가지로 경계가 아닌 교차를 탐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베리얼은 자신의 음악을 통해 비관적 현실의 삭막함에 관하여 이야기를 했다. 또 과거에 관한 향수와 낭만, 또는 미래의 낙관주의도 그와 함께 담았다. 삭막함과 희망, 두 종류의 대비된 선은 베리얼의 음악에서 병립하지 않는다. 새 EP 또한 그러한 교차점을 담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바, 그의 앰비언트, 사운드스케이프, 다운템포 곡을 찬찬히 확인해보는 것을 권한다. 하단에서 VISLA가 베리얼의 트랙을 엄선한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