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visa, 새 앨범 [Koreography] 발표

책이 더는 책이 아니고, 연필이 더는 연필이 아니게 되는 생각을 해보자. 우리가 바로 들 생각은 ‘왜 책이 책이 아니게 되는지, 연필이 연필이 아니게 되는지’일 것이다. 그 후 어떻게 될 것인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방금 우리는 틀(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자신과 소통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선인들이 말씀하셨듯 분별지에서 벗어날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지는 법.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낯설지만 언제나 설렌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디제이이자 프로듀서 리비자(Leevisa)가 새로이 발표한 EP [Koreography]가 그러하다. 프리 콜리젼(Free Collision)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으로 우리 머릿속 여러 틀들을 무너뜨린 그녀가 댄스뮤직이 더는 댄스뮤직이 아니게 되어버린 순간을 4개의 트랙으로 집약하며 다시 한번 우리에게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했다. 그간 클럽에서 우리를 정신없이 춤추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고뇌하게 만들었기에 이 경험이 아주 낯설지는 않을 터.

레이브의 반대말이 ‘안(Not) 레이브’라면 이 앨범은 레이브보다 ‘안 레이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을 듣고도 또 그리 이분적으로 생각한단 말인가? 이것은 브레이크비트요, 이건 레이브요, 요것은 하드코어요, 저건 포스트 클럽이요. 앨범을 듣고도 이처럼 형식이라는 분별지를 놓지 않고 있기란 하루아침에 200경 유로의 돈을 버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다.

한국의 ‘Korea’와 안무의 ‘Choreography’를 합성한 “Koreography”란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우리의 ‘얼’이 깃들어 있다. 특히 해학과 풍류가 넘쳐 흐르는 ‘Three Shifts’같은 트랙이 인상적. 허나 이게 다가 아니다. 현미경으로 보는 광경과 망원경으로 보는 광경을 번갈아 보여주고 있는 트랙들이 만드는 양극성에 자신을 맡기다 보면, 끝에 허물없이 손 내밀고 있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한편 ‘재주는 없지만 큰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라고 말한 이 앨범은 우리를 진정한 사대부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여기서 사대부는 공자와 맹자의 말씀을 맹목적으로 답습하며 권위적이고 차별 깃든 모습의 사대부가 아니다. 자신의 소신과 개성, 신념, 취향 등 대의명분을 자신의 목숨처럼 생각하며 사회를 변화시킬 혁신을 만드는 이를 사대부라 하겠다. 그렇다. 그녀는 이 시대 진정한 사대부임에 우리는 그녀가 만들어 놓은 사대부의 길을 걷기만 하면 된다.

그간 리비자를 둘러싼 난해함이라는 수식을 전부 파괴한 후 어떤 낯설고 설레는 경험을 향해 빠르게 질주할 수 있도록 빠르게 확인해보자. 마침 100장 한정 피지컬 앨범과 함께 발매했다고 하니 더 빠르게 체크하자.

Leevisa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Perpetual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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