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pe Fiasco, 새 앨범 [Drill Music in Zion] 발표

둔탁하고 투박한 드럼 위의 느슨하지만 꽉찬 32마디의 랩에 대한 낭만, 모두 있지 않은가? 날카롭게 다듬은 라임과 그 속에 담긴 리릭시즘(Lyricism)의 무게를 음미하며 우수에 찬 표정으로 까닥이던 우리의 목. 우리 모두 그것에 열광하고 흥분했던 기억이 하나씩 있다. 커먼(Common)이 영화 ‘존 윅(John Wick)’ 속 암살자로만 기억되기 훨씬 이전이며, 치프 키프(Chief Keef)가 새로운 시대의 포문을 열기 이전의 시기 말이다.

미국 시카고(Chicago) 출신의 랩퍼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가 새 앨범 [Drill Music in Zion]과 함께 우리 겉을 오랜만에 찾아왔다. 그것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말을 뱉던 우리 기억 속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전작들에서 반복해서 범하던 위태로운 내러티브와 프로덕션이 평단에서 인정 받았을지 언정 그간 대중에게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렇다. ‘Kick, Push’의 소년이 ’NAOMI’의 어른으로 변하는 동안 세상은 변했다. 이로 인해 ‘과잉과 결핍’의 이진법이 지배하게 된 힙합 신(Scene)에서 더 이상 여유 넘치는 해학과 잘 짜인 메시지의 중력을 찾아보기란 여간 힘들어진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 [Drill Music in Zion]은 달랐다. 그의 오랜 동료 사운드트랙(Soundtrakk)과 3일 만에 만든 이번 앨범은 전작 [DROGAS WAVE]과 완벽한 대척점에 있는데, ‘GHOTI’와 같이 단순한 구조의 재지한 룹 속에서 ‘Assassin’s Creed, rapping it back indeed’와 같은 말장난을 가장 편히 구사하고 있는 그의 모습과 ‘ON FAUX NEM’에서의 힙합 신을 향한 냉소적인 쓴소리는 깊은 연륜과 고뇌가 추가된 [Lupe Fiasco’s Food & Liquor]를 연상하게 한다.

그는 여전히 여러 딜레마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달리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오늘날 그가 현재 신의 중심에서 벗어나 다시 그때처럼 업계를 관망하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만큼 진부한 말이 없을지 모르나, 루페의 이번 앨범을 통해 우리는 베테랑의 무게와 응력에 대해 생각 안 해볼 수 없다. 시카고 베테랑의 귀환을 지금 바로 확인해보자.

Lupe Fiasco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Thirty Ti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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