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7월 1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4개월 전. DJ 닥터 모테(Dr. Motte)가 이끄는 트럭에 실린 스피커에서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졌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150명가량이 그 노랫소리를 따라 쿠담 거리(Kurfuerstendamm)에서 춤을 추었다. 사람들은 사랑과 평화를 외쳤고, 자유와 연대를 누렸다. 날이 갈수록 이 행렬은 점점 더 불어났다. 베를린에서 ‘러브 퍼레이드(Love Parade)’의 시작이었다.
장벽이 무너지고 새천년에 접어든 때에도 계속되던 러브 퍼레이드는 정치적 행사이자 큰 규모의 댄스 페스티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0년, 뒤스부르크에서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려 21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압사 사고가 일어나며 한 시대의 막이 내린다.
10년 뒤, 닥터 모테는 러브 퍼레이드의 이념을 되살릴 새로운 이벤트 ‘레이브 더 플래닛(Rave the Planet)’을 구상했다. 코로나로 인한 연기를 딛고 2022년 7월 9일 오후 2시, 드디어 레이브 더 플래닛이 베를린에서 열렸다. 그때 그 시절처럼 쿠담 거리에서부터 티어가르텐(Tiergarten)까지 7km를 행진하는 일정. 다양한 국가 출신의 DJ 150명이 플레잉하며 62,000여 명의 참여자가 등록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는 총 27만 명 이상이 모였다.
레이브 더 플래닛은 비영리 행사로, 아티스트 및 문화예술 종사자를 위한 기본 소득 보장 및 베를린의 테크노 문화를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골자로 한다. 공식 웹사이트에서 베를린 테크노 문화의 역사적 가치를 설명하는 9분가량의 짧은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Arte Concert 채널에서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5시간에 걸쳐 담아냈다. 다시 함께 모인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껴보자.
Rave the Planet 공식 웹사이트
Arte Concert 스트리밍 실황
이미지 출처 | Wolfgang Kumm/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