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역 광장 앞에는 ‘지구 종말 시계’라는 것이 놓여 있다. 시계에 따르면 지구의 수명이 6년밖에 남지 않았다니 오싹한 기분과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유튜브, 뉴스를 켜도 매일 같은 소리다. 이상 기후, 온실가스, 탄소 절감. 인류는 정말 자멸할 것인가. 학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생태계는 차례차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독일의 전자음악가인 헨드릭 웨버(Hendrik Weber) 역시 환경에 관하여 비슷한 이야길 한 적이 있다. 2020년 인터뷰에서 “나무들이 무서운 일들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라는 괴짜스러운 이야기였다. 그는 환경 전문가 혹은 달인은 아니지만, ‘자연인’으로 자연과 밀접한 전자음악을 전개한다. 컴퓨터로 음악을 제작하는 것에 암울함을 느껴 숲을 거닐게 된 그는 긴 장발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을 휘날리며 자연과 소통했다. 헨드릭의 또 다른 이명 판다 두 프린스(Pantha du Prince)로서 수년에 걸쳐 제작한 전자음악들. 그중에서 2013년의 [Elements Of Light], 2020년의 [Conference Of Trees]은 심지어 ‘humans as nature’가 주제였다.
지난 8월 26일 공개된 [Garden Gaia]도 자연이 주제로, 판다 두 프린스가 선보이는 자연 시리즈의 세 번째 앨범 앨범이다. ‘정원 가이아’, 즉 우리가 사는 지구를 의미하며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품은 지구를 향한 찬가. 새들이 지저귀고 나무를 두들기는 것만 같은 청아한 타악기들로 이루어진, 유토피아적 아기자기한 멜로디가 앰비언트와 미니멀 하우스 트랙들에 빼곡하게 남았다.
대부분의 전자음악이 그렇듯, [Garden Gaia] 역시 질서정연한 것이 정갈하여 인위적이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자칭하기도 한 앨범인 만큼 온갖 유기적, 목가적인 소리들을 다시금 곱씹으면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가 느껴지기도. 한편으로 자연의 소리들로 이루어져 그 소중함도 일깨우는 앨범이다. 이를 감상하며 이상 기후를 의식하여 저탄소 생활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