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란 옛말이 있다. 잠깐! 오늘 이야기할 ‘수단’은 유감이지만 그 수단이 아니다. LA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진짜 고수 중의 고수의 새 앨범 소식은 이렇게 횡설수설하게 만든다. 수단 아카이브(Sudan Archives)의 새 앨범 [Natural Brown Prom Queen]이 스톤즈 스로우(Stones Throw)를 통해서 발표되었다. 드디어 유수의 매체들과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내리던 그 앨범이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된 셈.
2017년 데뷔 EP [Sudan Archives]를 발표하자마자 제2의 조지아 앤 멀드로우(Georgia Anne Muldrow)라는 칭호를 얻으며 단숨에 고수의 반열에 오른 그녀. 이후 활발한 활동으로 스톤즈 스로우의 명가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수단 아카이브. 이번 앨범은 지난 2019년에 발표한 [Athena]을 비롯해 2018년에 발표한 EP [Sink] 등 과거 작품들과 견주와 봤을 때는 사뭇 다른 화법과 억양이 새로운 풍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살짝 걱정된다고? 정평 난 파인 다이닝 셰프가 비스트로에서 요리한다고 그 맛과 폼이 떨어지랴? 오히려 평소 경험 못한 면모들이 킥이 되어 더욱 맛있는 법.
특히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제법 독특한 그녀의 이력을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Selfish Soul”, “TDLY (Homegrown Land)”, “Flue”와 같은 트랙들이 이를 잘 보여주는바. 비슷한 맥락에서 “Omg Britt”을 듣자니 뜨거워진 귀와 가슴으로 원타임(1TYM)보다 빠르게 손을 털게 되며, “ChvyS10”와 같은 고급진 풍미를 내포한 뱅어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흠뻑 젖은 채로 춤추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터. 이처럼 팝, R&B, 하우스, 힙합 등 각 장르들이 변전의 각축을 이루지만 불협화음 따위는 없다. 엄청난 밀도와 온도를 띄고 있는 트랙들을 운용하고 이끄는 프로덕션의 힘은 비범하기만 하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기대작들의 발매 예정일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음악 애호가들의 잠을 못 이루게 한 바가 있다. 필자 또한 그 대열에 서며 올 초부터 인내력과 미련함 사이를 아슬하게 줄 타며 그 기대작들을 기다린 바. 자, 9월 현재까지 그 기대작들 중에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한 작품들이 무엇인가? 단언컨대 수단 아카이브의 이번 앨범은 최고의 앨범 중 하나가 된다. 이 오두방정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수단 아카이브의 이번 앨범을 확인해보자.
Sudan Archives 인스타그램 계정
Stones Throw Recor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Stones Throw 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