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클럽에서 “펄커셋 말리 펄커셋”을 같이 따라 부르고 싶으면 플루토 3D 위쟈 헨드릭스 본인이 아닌 블랙록(BlackRock)의 허락을 받아야 할 모양이다. 래퍼 퓨처(Future)는 2004년부터 2020년까지 녹음한 모든 노래에 대한 출판권을 인플루언스 미디어 파트너스(Influence Media Parters, 이하 인플루언스)라는 투자자산운용사에 매도했다. 카탈로그를 얼마에 넘겼는지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빌보드(Billboard)는 퓨처가 마스터로 매해 400만 불 정도 땡긴다는 사실을 토대로 이번 출판권 매매의 규모를 650만 불에서 750만 불 사이로 평가했다. 요즘 지랄 맞은 환율로 이걸 환산하면 900억 원에서 1000억 원 정도의 거금이다.
퓨처의 출판권은 칸예처럼 본인도 모르게 출판권을 파는 상황에 휘말린 게 아니고,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강탈당한 건 더더욱 아니다. 돈방석에 앉은 퓨처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모든 걸 쏟아 만든 음악의 가치를 보존하고 대표하는 데 이제 본인이 아닌 인플루언스사와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데 이 처음 듣는 인플루언스는 뭔 투자 회사인데 그 돈을 주고 “Codeine Crazy”를 구입했는지 궁금했더라면 괜히 퓨처 덕심 채우려고 만든 회사는 아니다. 이곳은 음악과 금융계의 두 대기업이 손을 잡아 만든 펀드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타이틀보다는 지난 30년간 세계를 움직인 일루미나티가 더 어울리는 블랙록과 음악산업에서 뺄 수 없는 수많은 인디 레이블을 흡수한 워너 뮤직 그룹(Warner Music Group)이 7억 5000만 불로 합심한 프로젝트다. 퓨처 전에도 이미 타이니(Tainy),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 제시 레예스(Jessie Reyez)의 카탈로그를 샀다. 인플루언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개인 작업물 외에도 다른 프로젝트에도 활발하게 작사·작곡해 각기 장르의 크고 작은 이들의 노래는 다 한 번쯤은 거쳐간 문어발 스타일 아티스트들을 선호한다.
크라운제과와 시가 총액이 비슷한 퓨처의 음악이 솔직히 1000억 원의 가치에 육박하는지는 청자의 몫이겠지만, 음악의 저작권은 확실히 산 사람도 판 사람도 뽕을 잘 뽑는 사례가 많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일화로 1985년에 마이클 잭슨이 비틀스(The Beatles)의 241곡을 500만 불에 구입하고 저작권료로만 10년 만에 1000만 불을 벌어들였다. 각자의 장르에서 최고봉을 찍고 내려오던 밥 딜런(Bob Dylan)과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은 카탈로그를 각각 4억 달러 그리고 5억 달러에 정리했다. 급전이 필요한 이는 시원하게 콱 땅기고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는 출판료는 몇 년만 묵히면 두 배로 돌아온다.
퓨처가 16년간 낳은 정규 앨범 8장, 콜라보 앨범 4장, 재발매 데뷔 앨범, 믹스테이프 16장, 커머셜 믹스테입 4장, 싱글 114개, 피처링 69개라는 피와 땀에 1000억 원의 가격표가 붙으면서 트랩은 고가의 예술이면서 자산임을 인정받은 셈. 빈곤과 폭력이 난무하는 트랩을 담은 예술이 역설적으로 1000억 원의 평가를 받은 것. 대단한 커리어의 1막을 정리하고 바통을 블랙록에게 넘겼지만, 이번 이슈를 계기로 다시 1000억 원짜리 트랩이 무엇인지 들어 보자.
이미지 출처│ Jerritt Cl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