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LA FM의 6번째 넘버링 믹스에는 2022년 한 해 동안 클럽, 레코드 바, 라운지 등을 가리지 않고 급속도로 자신의 이름을 서울에 알린 디제이 시나힐(Sina Hill)이 참여했다. 평소 자신이 동경하는 무디맨(Moodymann)은 물론, 소울부터 하우스까지 장르의 뼈대를 만들어 온 아티스트들의 곡으루 스무 곡을 추렸다. 그중 아직 릴리즈되지 않은 시나힐의 오리지널 트랙도 있으니 놓치지 말 것.
Small Talk
당신은 누구인가?
디제이 시나힐이다.
이 믹스에는 무엇이 담겨있나?
소울. 소울을 생각하고 느끼는 부분은 각자 다르겠지만 요즘에는 비정형적인 날 것의 드럼에서 소울을 찾는다. 최근에 직접 소울 판을 샘플링해 만든 트랙도 플레이해 봤다. 이 믹스에는 시나힐의 더욱 진해진 ‘소울’이 담겨있다.
디제이로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4년 전 레코드 바에서 신청곡을 틀어주는 디제이로 막 경력을 시작했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의 이태원은 평일보다 사람이 없었고 가을 냄새가 났다. 그간 못 틀었던 잔잔한 옛 가요를 틀던 중 “서지원 – 내 눈물 모아”를 듣고 펑펑 울다 가셨던 손님이 기억에 남는다. 故 서지원 님에 대한 슬픈 감정과 더불어 눈물 한 방울 훔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휴지 한 장 툭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바에서 소울을 좋아하는 다양한 연령대, 스타일의 손님들을 만나며 디제이가 선곡 하나 만으로 춤추게 할 수도, 웃거나 울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디제이를 계속해서 해나가는 원동력이 무엇보다 손님과 함께 호흡하는 순간이라는 것도.
최근 가장 많이 돌려 들은 트랙이나 앨범 BEST 3.
1. Moodymann – [Shades Of Jae] (1999).
최근에 레코드샵 정션에서 구매한 덥플레이트 판.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이 비싸 고민하다가 DJ FUNNY가 콘크리트 바에서 그 판을 트는 모습을 보고 다음날 달려가 구매했다. 7분 길이의 트랙이 터질까 말까 간을 보며 5분 즈음에 잠깐 킥이 나오는데 끝난다. 이 판을 틀 때마다 춤추는 사람들이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 재밌어서 요즘 자주 플레이한다.
2. Gill Scott Heron – [Winter In America] (1974).
길 스캇 헤론(Gill Scott Heron)은 사회의 춥고 어두운 그림자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인이자 혁명가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절 디제이도 못하고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암울한 날들의 연속이던 당시 그의 다큐멘터리도 보고 곡의 해석을 찾다가 깊은 울림을 받았다. 다소 울적하고 춥디 추운 겨울도 곧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날에 찾아 들었다. 그리고 그 겨울이 지금 다시 내가 사는 이태원에 온 것 같다.
3. 들국화 – “제발” (1986).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서도 따라 부를 정도로 요즘 매일 듣는다. 전인권 님의 절규하며 꺾는 목소리는 아무리 따라 부르려 해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존재한다. 가사의 내용은 연인에게 “날 구속하지 말아줘” 같은 느낌이지만, 곡이 나왔던 시대를 생각하면 그 이상의 의미도 찾아볼 수 있다. 어쩌다 보니 가장 많이 돌려 들은 아티스트들이 그 시대에 자신의 세계관을 써내려 갔던 공통점이 있다. 신기하다.
지금 여기에 추천하고 싶은 로컬 디제이와 그의 믹스셋이 있다면?
YTST – Live at Studio Namsan : YTST (August 2021)
힙합, 브레이크 비트, 테크노, 하우스 그 어떤 노래를 틀어도 그냥 취향 저격이다. Y.T.S.T가 클럽 모데시의 라인업에 있으면, 그의 선곡에서 나오는 깊은 흐름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댄서들이 좋아하는, 디제이들이 좋아하는 YTST의 다양한 믹스를 많이 들어보시길 바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알려 달라.
코어와 근본. 최근에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아 수술할 지경까지 갔다. 그토록 소홀히 여겼던 코어는 신체 구조의 중심이자 뿌리 같은 제일 중요한 근육이다. ‘허리디스크자키’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며 판 가방을 드는 것조차 버거워 섭외가 와도 플레이할 수 없었다. 건강해야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체감했다.
앞서 말한 ‘뿌리 근’을 담당하고 있는 ‘근본’이라는 단어 또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것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는 현시점에서 구태의연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힘든 시간이 와도 처음 좋아했던 그 마음가짐 하나로 즐겁게 지속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