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났다. 베를린을 포함한 유럽 각국의 클럽 신(Scene)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자선 파티를 열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Kyiv) 신 역시 어려운 상황에도 파티를 재개하며 러시아의 외압에 대한 저항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편, 서부에 위치한 도시 리비우(Lviv)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민간인이 여럿 사망하고 도시가 폐허가 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고향의 땅을 지키기 위해 디제이 사샤 즐릭(Sasha Zlykh)와 앤드류 발레브스키(Andrew Valevsky)는 ‘소닉 웨폰스 오브 러브(Sonic Weapons of Love)’라는 레이블 및 파티 팀을 꾸렸다. 이들은 작년 5월에서 8월 동안 리비우에 위치한 베뉴 ‘가녹(Ganok)’에서 로컬 디제이들과 함께 자선 파티를 열기도 했다.
지난 3월 20일, 레이블과 동명의 제목을 지닌 45곡의 컴필레이션 [Sonic Weapons of Love 001]이 디지털 트랙으로 공개되었다. 사샤와 앤드류가 1년에 걸쳐 45곡의 자선 컬렉션을 모았고, 보리스(Borys), 로만 K(Roman K), 호퍼 필드(Hopper Field), 샤콜린(Shakolin) 등 우크라이나의 로컬 아티스트와 앙트완 SY(Antoine SY), 악셀 보만(Axel Boman), 로버트 디에츠(Robert Dietz) 등 다양한 각국의 아티스트들이 뜻을 함께 했다. 마스터링은 빅토르 비(Victor.b)가 담당했다.
밴드캠프에서 29유로에 전체 앨범을, 2유로에 개별 트랙을 구매할 수 있으며 모든 수익은 UAID(Aid for Ukraine Defense Forces) 펀드에 기부된다. UAID는 의료 지원 및 물품 등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전략을 지원하며 인명 구조에 중점을 두는 펀드이다. 밴드캠프 하단부의 소개글 일부를 읽으며 트랙을 감상해 보자.
미사일 포격, 수만 명의 난민과 무너진 삶, 파괴된 도시. 아마 문명화된 유럽은 세계 2차대전 이후로 이러한 공포를 목도한 적이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매일 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이렌 소리에 잠이 깨어 또 하루를 살아내고, 사랑하고, 일하고,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의 방어자들을 돕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극도로 어렵고 또 두렵습니다. 하지만 거의 1년에 걸친 이 앨범의 발매 작업은 힘과 희망의 강력한 원천이자 승리를 향한 믿음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프로듀서가 함께 한 이 앨범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45곡의 트랙일 뿐만 아니라 전자음악 신(Scene)의 친구들이 보내는 지지와 연대의 이야기입니다. 끝없는 소통의 기쁨과 모든 이를 하나로 어우르는 음악에 바치는 사랑의 서사시입니다.
우리에게는 이 음악이 슬픔, 절망, 불안과 싸워내기 위한 일종의 무기입니다. 우리가 함께 하고, 춤추고, 최고의 판들을 돌리곤 했던 영광스러운 지난날들의 상징입니다. 음악이 삶의, 우주의, 모든 것의 주된 답이 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죠.
물론 지금 우리에게는 답보다는 의문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우정은 지속되고, 다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무한한 믿음과 함께 우리는 매일 더욱 강해집니다.
Sonic Weapons of Love의 Bandcamp 소개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