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크 스튜디오(Black Ark Studio)’에서 독특한 프로듀싱 기법으로 레게를 넘어 대중 음악 발전에 혁신을 불러 일으킨 아티스트 리 “스크래치” 페리(Lee “Scratch” Perry). 80년대에 이르러 리 페리는 아지트인 ‘블랙 아크 스튜디오’를 철거 후 영국으로 떠났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자메이카의 불세출 영웅들이 일으킨 급물살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 입신양명했다. 일찍부터 레게의 입지가 남달랐던 이웃 나라 일본 교토에서 결성된 밴드 ‘The Air Music International(이하 TAMI)’은 앨범 [Pass The Santa-Lucia Gate In Manila]를 통해 리 페리에 존경을 표하며 ‘블랙 아크 스튜디오’의 유산 활용에도 적극적이었다.
리 페리와 킹 투비(King Tubby)를 의식한 곡 “Crucial Dub”, “Hot Steppers In A Dub”부터, 리버브와 에코로 뭉게진 포스트 펑크, 전위적 기타 연주로 귀결되는 앨범 [Pass The Santa-Lucia Gate In Manila]. 80년대 서구의 ‘뉴 웨이브(New Wave)’와 동시대적으로 실험성을 다량 함유하여 1984년 인디 레이블 ‘ICR’과 협력한 자주반(Self-Release)으로 1984년에 발매되었다. 여느 자주반이 그렇듯 공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지만, 레게와 포스트 펑크와 뉴웨이브 등 폭넓은 장르를 품은 덕에 소수의 마니아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졌고, 출반량이 적었던 [Pass The Santa-Lucia Gate In Manila]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런 TAMI의 앨범 [Pass The Santa-Lucia Gate In Manila]가 무려 30년 만에 재발매될 예정. 아시아 각지의 진귀한 앰비언트를 좇아 발굴한 슬로바키아의 디거 ‘Music That Shapes’에 의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재발매의 계기는 보다 많은 청중들에게 소개하기 위함이다.
‘Music That Shapes’의 운영자 리처드 벨란(Richard Belan)은 TAMI의 프론트맨인 카쿠니 테츠지(Tetsuji Kakuni)와 긴밀히 연락하여 앨범의 재발매를 2년에 걸쳐 준비했다. 리처드에 따르면 테츠지는 리 페리에 관한 존경으로 빚어낸 음악에 믿음이 굳건했지만, 30년 인고에 그 믿음이 서서히 사라져갔다고. 그러던 2021년, 앰비언트 외의 장르에서 새로움을 찾고자 레게를 좇기 시작한 리처드 벨란이 [Pass The Santa-Lucia Gate In Manila]의 오리지널 프레스를 입수하여 그 감상평을 ‘디스콕스(Discogs)’에 댓글로 남겼다. 마음이 꺾여갈 때쯤 나타나 믿음을 확인시켜 준 리처드에게 감복하여 프로젝트가 이행되었고, 마침내 그 열매가 7월에 맺어질 예정.
[Pass The Santa-Lucia Gate In Manila]의 재발매는 후이 수이 팅(Hsu Jui-Ting)의 도움으로 오디오 리마스터링을 거쳐 검정과 클리어 버전의 바이닐, 테이프로도 발매된다. 현재 ‘Music That Shapes’의 밴드캠프에서 프리 오더가 진행 중이며 일본의 레코드 숍 ‘HMV’와 ‘디스크 유니온(Disk Union)’에도 입고되어 판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