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독일의 전통 깊은 패션 매거진 ‘032c’의 서머 이슈 메인 커버를 장식하며 돌연 복귀를 알린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십자가와 피를 활용한 페이스페인팅과 여전히 훌륭한 패션 감각을 보아 팬들은 무언가 일어날 조짐과 함께 그의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 그로부터 5일 뒤인 6월 5일, 032c는 릴 우지 버트의 정규 앨범을 예고했고 마침내 지난 6월 30일, 정규 3집 앨범 [Pink Tape]가 레이블 ‘애틀란틱 레코즈(Atlantic Records)’를 통해 발매됐다.
한국의 팬들에게는 동명 앨범인 추억의 아이돌 그룹 ‘f(x)’의 [Pink Tape]로 익숙한 릴 우지 버트의 신보는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를 중점으로 발전한 ‘멈블 랩’에 기반을 둔다. 중독성 강한 훅과 박자를 저는 듯한 랩핑, 어디선가 불안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타입 비트를 메인으로 내세운 장르 멈블 랩은 릴 우지 버트의 하이프(Hype)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번 [Pink Tape]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메탈을 위시한 록을 기용했다는 점에 있다. 피처링 라인업을 살펴보면, 일본의 마니아층을 겨냥한 메탈 밴드 베이비메탈(Babymetal)과, 역사 깊은 영국의 밴드 브링 미 더 호라이즌(Bring Me the Horizon)의 피처링 참여가 눈에 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름에 ‘릴’이 들어가는 래퍼들이 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우리는 시간을 돌려서 1월 말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발매된 릴 야티(Lil Yachty)의 정규 앨범 [Let’s Start Here]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보에 모두가 놀랐다. 테임 임팔라(Tame Impala)를 위시한 ‘네오 사이키델리아(Neo Psychedelia)’를 선보이며 훌륭한 장르의 변주를 해낸 야티의 정규 앨범은 평론가와 리스너 모두 할 것 없이 큰 찬사를 보냈으며, 래퍼들의 장르 수박 겉핥기에 멈추지 않은 그의 진중함에 감탄을 표했다. 해당 앨범을 통해 그간 거부감이 들었던 힙합 래퍼들의 타 장르 컨벤션(Convention)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우리는 릴 우지 버트의 신보 [Pink Tape] 역시 야티의 앨범을 통해 록에 힌트를 얻었음을 알 수 있다.
[Let’s Start Here]가 네오 사이키델리아와 힙합의 변주를 훌륭하게 해냈다면, [Pink Tape]는 메탈 트랙과 멈블 랩 트랙을 적절히 배합해 대중적인 농도로 섞어낸 앨범이다. 메탈 터치가 들어간 “The End”와 “Werewolf”는 전체적으로 멈블 랩 테이스트로 맞추어진 해당 앨범에 전혀 위화감 없이 재생되며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현재 빌보드 상위권이 [Pink Tape]로 도배가 되었으며, 3년 만에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메인스트림 킬러임을 드러내며 자신이 현세대 래퍼 중 가장 ‘Hypebeast’임을 증명한 릴 우지 버트. [Pink Tape]의 가장 핫한 트랙, “Flooded The Face”를 직접 감상하자.
이미지 출처 | 032c, Lil Uzi V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