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브레이크코어 스타 GnB Chili의 두 번째 정규 앨범 [World Champion], EP [RND] 발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작곡가 지앤비 칠리(GnB Chili)가 11월 29일 정규 앨범 [World Champion], 12월 8일 EP [RND]를 발매했다.

지앤비 칠리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브레이크코어(Breakcore)’ 아티스트이다. 여기서 브레이크코어란 극한으로 쪼개진 정글 비트가 돋보이는, 기존의 장르 정의와는 조금 다른 음악을 일컫는다. 2019년 즈음부터 수어슬럿(Sewerslvt) 등의 인터넷 음악가들이 새로 정의하고 있는 브레이크코어는 안개 같은 질감의 앰비언스나 애니메이션 샘플 위로 일정한 패턴의 브레이크비트를 반복하는 특징을 갖는다. 기존 브레이크코어 팬들은 이를 전형적인 ‘엣모스피어릭 드럼앤베이스(Atmospheric Drum and Bass)’일 뿐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와 애니메이션에 영향받은 시청각 요소, 그리고 지금의 드럼앤베이스 재부흥 흐름 등이 맞물리며 새로운 브레이크코어는 인터넷을 즐기는 10대들 사이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앤비 칠리도 고향에서의 낮은 인지도와는 다르게, 국경이 모호한 인터넷에서 브레이크코어 스타 취급을 받는 중이다. 활동 초기인 2021년에 그는 “Emotionally Unavailable”이라는 곡을 공개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 가수 엘리사(Elisa)의 곡 “Eppure Sentire (un senso di te)”를 샘플링하여 만든 이 트랙은 애니메이션 “시리얼 익스페리먼츠 레인”을 따 와 만든 비주얼라이저와 함께 유튜브에도 업로드되었다. 몽환적이고 우울한 분위기의 해당 영상은 조회수 18만 명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같은 해 10월, 지앤비 칠리는 유명 인터넷 음악 레이블 ‘노 어그리먼츠(No Agreements)’와 계약해 정규 1집 앨범 [Basement Popstar]를 발매했다. 트랩, 브레이크코어, 퓨처 개러지 등 장르의 폭이 더욱 다양해진 데뷔 앨범으로 그의 활동이 단발적이지 않음을 증명했다. 또한 인터넷 음악 팬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대표곡 “Blazing in the Dark”는 스포티파이에서 230만 회 이상 재생, 유저 앨범 평점 사이트인 ‘레이트유어뮤직(Rate Your Music)’에서 [Basement Popstar]는 400개 이상의 레이팅을 받았다. 팬이든 팬이 아니든, 전 세계 인터넷에서 지앤비 칠리의 곡을 듣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지난 11월 29일, 인터넷 음악 아카이빙 단체이자 레이블 ‘디스미스 유어셀프(Dismiss Yourself)’의 자회사 케어(Care)가 지앤비 칠리의 정규 2집 앨범 [World Champion]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 또한 브레이크코어를 기반으로 리퀴드 펑크, 트랜스, 트랩, 드릴 등 다양한 장르가 섞였다. 지앤비 칠리의 강점이자 이번 앨범의 특징인 장조의 예쁜 멜로디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서머다운(Summerdown)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Creed”에서 신비롭게 흐르는 멜로디가 특히 잘 들린다.

그의 음악은 새로운 브레이크코어 흐름이 그렇듯 무작정 우울한 분위기로 빠지지 않는다. 챔피언 벨트를 들고 열광하는 소녀가 그려진 앨범 아트처럼, 이번 앨범은 삶의 찬란한 순간을 긍정하는 듯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반복되는 듯하다 예상치 못하게 변주되는 드럼 패턴에서는 섬세함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트랙 곳곳에 숨겨진 샘플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트와이스의 “I CAN’T STOP ME”(“Consistency”),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Coming Back to Reality”), 타투(t.A.T.u)의 “All The Things She Said”(“ARGR(Bonus Track”) 등 지앤비 칠리가 고른 수많은 팝 샘플들이 앨범 전체에 숨어 있다.

정규 앨범을 내고 얼마 되지 않은 12월 8일, 신생 브레이크코어 레이블 드림스테이션(dreamstation)에서 그의 새 EP [RND]가 발매되었다. 전반적으로 겨울 느낌이 물씬 나는, 차가우면서도 고요한 분위기의 다섯 트랙이 준비되어 있다.

드럼앤베이스 음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기라성 같은 한국 음악가들이 세계를 누비는 지금, 지앤비 칠리는 조용히 인터넷 음악계의 스타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음악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이라면 이번에 나온 그의 두 앨범을 함께 들어 보자.

Gnb Chili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GnB Ch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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