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즈 신(scene)의 주역 샤바카 허칭스(Shabaka Hutchings)가 그가 속한 세 개의 밴드가 아닌 스스로의 이름으로 새 앨범을 공개했다. 지난 4월 12일 발매된 [Perceive its Beauty, Acknowledge its Grace]는 2월 28일과 3월 21일에 걸쳐 선공개된 두 개의 트랙을 포함해 총 11곡이 수록된 플루트 솔로 앨범이다.
샤바카 허칭스는 2023년 말 두 번의 공연을 끝으로 스스로 색소폰을 내려놓았다고 밝혔다. 재즈 밴드 활동과 더불어 여러 프로젝트들을 소화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던 그가 자신의 주력 악기였던 색소폰을 내려놓고 돌연 플루트 연주자로 돌아온 이 앨범은 재즈 팬들 입장에서는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모두가 주춤하던 펜데믹 기간 동안 샤바카 허칭스는 일본의 전통 엔드 블로운(End-Blown) 플루트인 ‘샤쿠하치(Shakuhachi)’의 소리에 매료되어 오랜 시간 해당 악기를 탐구하는 데에 몰두했다. 대나무로 자신만의 샤쿠하치를 만들기 위해 직접 일본을 여행할 정도로 그가 소리를 대하는 열정은 남달랐다.
선공개 트랙이자 앨범의 오프닝 트랙이기도 한 “End of Innocence”. 비디오에서처럼 플루트 연주가 잔잔한 피아노 선율 위를 유영하듯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흘러간다. 긴 시간 악기를 탐구한 그였지만 꾸밈 있는 연주를 보여주기보다 되려 심플하고 흐릿한 인상의 곡으로 청자들을 맞이한다. 때때로 사람의 목소리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그의 연주를 듣고 있자니 소리뿐인 독주 음악임에도 여러 감정과 깊은 서사가 느껴진다.
샤바카 허칭스의 장인다운 면모를 연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앨범 [Perceive its Beauty, Acknowledge its Grace]. 지금 감상하자.
TRACKLIST
01. “End of Innocence”
02. “As the Planets and the Stars Collapse”
03. “Insecurities”
04. “Managing My Breath, What Fear Had Become”
05. “The Wounded Need To Be Replenished”
06. “Body To Inhabit”
07. “I’ll Do Whatever You Want”
08. “Living”
09. “Breathing”
10. “Kiss Me Before I Forget”
11. “Song of the Motherland”
이미지 출처 | Shabaka Hutch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