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에 데뷔해 ‘국민 약골’로 이름을 알린 개그맨 이윤석, 그는 록 음악에 대한 사랑을 지금껏 “허리케인 블루”, “복면가왕” 등 갖가지 방송을 통해 드러내 왔다. 그 시작을 설명해 줄 일화가 있는데, 그에 따르면 학창 시절 집에 전축이 없었던 탓에 궁여지책으로 영어 공부를 핑계 삼아 받은 ‘성문종합영어’ 카세트테이프 70여 장 전부를 음악으로 덧씌워 녹음해, 엄한 가족의 눈초리를 피해 음악을 감상했다고 한다. 비교적 근래에는 유튜브를 통해 헤비메탈을 주로 다룬 “이윤석의 음악세계”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했는가 하면, ‘약골’을 벗어나 ‘락골’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프로젝트성 밴드 ‘락골당’을 결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꾸준히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생성, 최신화하고 있는데, 무려 80개가 넘는 플레이리스트와 수천 곡의 양을 자랑한다. 또한 그가 가장 선호하는 메탈과 그 하위 장르뿐만 아니라 신스 팝, 일렉트로, 힙합 등 폭넓은 장르에 대한 그의 취향도 엿볼 수 있기에 흥미로운데, 그런 의미에서 그가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소개한 헤비메탈 계열 음악을 제외한 그의 취향 중 극히 일부를 아래 소개하려 한다.
“Best of the Best 이윤석” (록 음악)
Boris – “Statement”
일본 익스페리멘탈 록 밴드 보리스(Boris)가 발매한 2008년 앨범 [Smile (US Version)]의 수록곡. 쇠의 무게가 체감되는 리프가 인상적이다. [Smile]은 일본 내수용, 미국, 라이브, 총 세 가지 버전으로 발매되었는데, ‘Statement’는 미국 버전에만 수록돼 있다. 각 버전마다 다른 사운드를 느껴볼 수 있다고.
봉제인간 – “GAEKKUM”
국내 3인조 밴드 봉제인간의 데뷔 싱글 [GAEKKUM / GOOD] 수록곡. 이 외에도 이랑, 250, 텐거(TENGGER) 등 동시대 국내 음악 또한 이윤석의 다른 플레이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CAN – “Vitamin C”
올해 초 세상을 떠난 다모 스즈키(Damo Suzuki)가 속했던 크라우트 록 밴드 캔(CAN)의 대표곡. 이 곡은 1972년 그들의 세 번째 정규 [Ege Bamyasi]에 수록돼, 이후 TV 프로그램, 영화 등 많은 매체에 삽입되기도 했다.
“Best힙합Hiphop”
Vince Staples – “Norf Norf”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에이셉 라키(A$AP Rocky)와 같은 굵직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이름난 프로듀서 클램스 카지노(Clams Casino)와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가 함께한 곡. 빈스의 앨범 중 손꼽히는 [Summertime ’06]에 수록된 그의 대표곡이다.
Run the Jewels – “A Christmas F*cking Miracle”
올해 초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랩 앨범 부문을 수상한 킬러 마이크(Killer Mike)와 굴지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프로듀서이자 래퍼인 엘 피(El-P)의 첫 번째 프로젝트 [Run The Jewels]의 마지막 트랙. 다소 우스꽝스러운 영상과 대비되는 거친 가사가 백미로 꼽힌다.
“J가요”
Horishi Yoshimura – “Blink”
일본의 거장 앰비언트 음악가 요시무라 히로시(Hiroshi Yoshimura)의 1982년 作 [MUSIC FOR NINE POST CARDS]의 수록곡이다. 요시무라 히로시는 사운드 디자인과 영상 퍼포먼스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으며 도쿄 지하철, 오사카 국제공항 등의 공간 효과음을 작업하기도 했다.
파란마음(PARANMAUM) – “Linda Linda”
배두나 주연의 영화, “린다 린다 린다(リンダリンダリンダ)”에서 극 중 밴드 ‘파란마음’의 커버곡. 수많은 밴드에게 영향을 끼친 일본의 펑크 밴드 ‘블루 하츠(The Blue Hearts)’의 ‘Linda Linda’가 원곡이다. 블루 하츠 헌정 영화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에서 이 곡이 연주된다.
“Punk이윤석”
Black Flag – “Rise Above”
1970년대 말 결성돼 1980년대를 풍미했던 하드코어 펑크 밴드 ‘블랙 플래그(Black Flag)’ 첫 정규 앨범 [Damaged]의 오프닝 트랙이다. 발매 당시 막 영입되었던 보컬 헨리 롤린스(Henry Rollins)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소리를 업고 당시 평단과 청중의 찬사를 받았다.
푸펑충 – “어둠의 자식들”
인트로(군가 ‘전선을 간다’의 리프) 직후 ‘두 동강!’이라 외치며 시작하는 곡은, 군입대 전 받아야 하는 징집 신체검사를 주제로 ‘평발인 애’, ‘미친 척 친구’ 등 검사장에서 볼 수 있는 인간상을 나열하며 울분을 토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 이른바 ‘조선 펑크’의 전성기에 발매된 푸펑충(푸른 펑크 벌레)의 곡이다.
이 외에도 비요크(Björk), 프랭크 오션(Frank Ocean)과 같이 전형적인 ‘메탈 락저씨’ 취향과 벗어나는 곡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윤석의 플레이리스트는 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종종 업데이트되니, 관심이 생긴다면 직접 채널에서 확인해 보자.
이미지 출처 │ 중앙일보, 이윤석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