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사진계의 선구자 William Eggleston, 그의 음악 여정

지난 7월 23일, 런던의 디지털 라디오 방송국 NTS 라디오(NTS Radio)는 20세기 사진계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의 선곡을 송출했다. 본인의 음악을 포함해 해럴드 버드(Harold Budd),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등의 음악이 수록된 해당 방송은 현재 NTS 라디오 홈페이지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윌리엄 이글스턴은 컬러사진의 잠재력을 탐구한 선구자로, 내슈빌의 밴더빌트(Vanderbilt) 대학 시절, 지인의 추천에 힘입어 값싼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시작했다. 이후 멤피스와 주변 도시에서 나고 자라온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남부 지역 일대의 일상과 빛을 선명히 포착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그의 작품은 짧은 순간을 포착하는 ‘스냅샷(Snapshot)’의 미학에 충실하기로 알려졌다. 지금껏 150만 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다고 말하는 그는, 여든이 넘도록 여전히 멤피스에 거주하며 일상의 순간을 담아낸다. 그의 작품은 당대의 작가, 동시대의 인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박찬욱 감독은 그의 팬을 자처하며 영화 “박쥐”의 한 장면에서 이글스턴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그의 수많은 사진이 내 안에 남아 있다.

마치 다른 시대에서 온 파스텔 톤의 기억처럼”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

그의 사진 커리어를 차치하고 다른 면모를 떠올려보면, 자연스레 음악이 그와 평생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이글스턴은 유년 시절 우연히 피아노를 접해 스스로 연주법을 터득한 것이 기점이 돼 음악에 평생에 걸친 열정을 쏟았다고 회고한다. 또한 시절을 막론하고 꾸준히 클래식, 포크 등의 곡을 가족과 친지들에게 연주해 주곤 했다고.

피아노 다음, 이글스턴의 음악적 전환점은 신디사이저라고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접어들어 디지털카메라와 전자기기에 대해 비판적이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르그(Korg) 사의 ‘O1/W FD’라는 신디사이저에 경도되어 자택에서 이를 이용해 음악 작업을 이어갔다.

O1/W FD

이후 꽤 시간이 흘러 2017년, 그는 과거 작업 기록이 남아있는 테이프,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된 약 60시간 분량의 음악을 13개의 트랙으로 솎아내 지극히 개인적인 데뷔 음반 [Musik]을 발표한다. ‘O1/W FD’의 다채로운 소리와 그의 즉흥성을 체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기존 사용하던 신디사이저는 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수명이 다해 동일한 모델을 새로 구입해야 했다는 그의 메모를 통해 오랜 세월이 담긴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제목이 ‘Music’이 아닌 이유는 그의 영웅인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언어, 독일어 표기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 또한 전했다.

그리고 2023년, 그는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 제목은 [512], 거주 중인 그의 아파트 호수이자 프로듀서 톰 룬트(Tom Lunt)와 함께 앨범의 모든 작업을 끝낸 공간이기도 하다. 다른 음악가들과의 협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전작과 큰 차이인데,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리오 아브라함스(Leo Abrahams) 등 전자음악계서 내로라하는 참여진의 이름이 눈에 밟힌다. 본작은 ‘즉흥’의 관점에서 본다면 전작과 작법을 공유하지만, 세월의 영향인지, 혹은 신디사이저에서 그랜드 피아노로 메인 악기가 교체된 영향인지, 보다 미세하고 촘촘한 입자들로 구성된 공간감이 느껴진다.

이글스턴의 음악은 필연적으로 그의 사진에 비유되기도 한다. 처음엔 친숙하게만 느껴지지만, 시간이 흘러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시점에는 그 숨겨진 깊이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그가 사랑하는 악기와 함께 빚어낸 즉흥적인 소리와 그것이 기록되는 공간은 함께 체험된다. 직접 감상해 보는 것 어떨까.

William Eggleston 밴드캠프
NTS Radio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 William Eggleston, NTS 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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