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뮤지션 Sd Laika, 뒤늦은 사망 소식이 알려지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출신의 뮤지션 Sd 라이카(Sd Laika), 본명 피터 런지(Peter Runge)가 2023년 사망했다는 소식이 그의 친구에 의해 뒤늦게 공개되었다. 지난 6월 5일, Last.fm 이용자 ‘apecantrustme’는 Sd 라이카가 밀워키에 있던 시절 절친한 친구였음을 밝히며, 그가 작년 말에 세상을 떠났음을 간결하고 조심스럽게 알렸다. 현재 이 멘션은 비공개되었으나 많은 Sd 라이카의 팬들이 발견 후 애도의 인사를 올리고 있다.

Sd 라이카는 2012년, 영국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비저니스트(Visionist)의 레이블 로스트 코드(Lost Codes)에 의해 발굴되었다. 신생 레이블의 첫 릴리즈인 EP [Unknown Vectors]는 2010년대 초반에 반짝했던 실험적인 그라임 운동에 힘입어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그라임 특유의 미래적인 사운드 이펙트가 다소 난잡한 리듬과 함께 쏟아지는 이 앨범은 장르의 관습을 잔인할 정도로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년 뒤 2014년, 잠적 중이던 Sd 라이카는 당시 주목받던 일렉트로닉 레이블 트라이앵글(Tri angle)에서 데뷔 앨범이자 그의 유일한 정규 앨범 [That’s Harakiri]를 발표했다. [That’s Harakiri] 또한 그라임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나, 주술적이고 인더스트리얼한 타악기 리듬이 앨범의 혼란스럽고 불안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수많은 웹진이 이 앨범에 주목했으며, 하나같이 앨범의 디스토피아적 성격에 대해 언급했다. 레지던트 어드바이저(Resident Adviser)는 [That’s Harakiri]에 “댄스 플로어 앨범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앨범”이라 평하기도 했다. Sd 라이카의 유일한 정규 앨범이 보여 준 댄스 음악의 해체적 방법론은 말 그대로 해체 클럽(Deconstructed Club) 장르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테라야마 슈지(寺山修司) 감독의 단편 영화 “죄수(檻囚)”의 기괴한 얼굴 장면을 따 온 커버와 함께 [That’s Harakiri]는 컬트 음악 팬들의 클래식이 되었다.

앨범 발매 후 Sd 라이카는 다른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은 2014년 그루브(Groove)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즐겨 듣는 신인 뮤지션으로 Sd 라이카를 언급했으며, 2016년 한 라이브 셋에서 “Great God Pan”을 샘플링하기도 했다. 뷔욕(Björk) 또한 믹스맥(Mixmag)을 통해 선보인 믹스에 Sd 라이카의 곡들을 삽입했다.

그러나 열렬한 주목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Sd 라이카는 절대로 그의 신상을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었다. 몇 개의 싱글을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한 것을 빼면 음악 활동도 중단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2019년에는 그동안의 미공개 곡이 유튜브를 통해 아카이브 되기도 했으나, 그가 정식으로 돌아올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생사조차 불분명했던 그. 부고를 둘러싼 지금의 추모 물결로 보아 이제 그가 돌아올 일은 전혀 기대할 수 없을 듯하다. 부고의 근원이 단 하나의 멘션인 것을 이유로 모든 것이 해프닝이기를 바라는 팬도 있다.

평생을 은둔하며 오로지 음악만을 남긴 한 사람의 소식에 많은 팬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다. Sd 라이카의 음악은 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충격적이고 불안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은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 미래를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 Disc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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