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이즈 음악 프로듀서 PAN | DARA, 데뷔앨범 [Naked, Trans, before The World Ends] 발매

노이즈란 무엇인가? 우리는 보통 ‘신호’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노이즈를 인식한다. ‘신호’는 정해진 규칙이고, 기호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다. 반면 ‘노이즈’는 그 반대편에서 청자에게 불확실성으로 다가선다. 이 낯선 감각(uncanny)은 종종 부정적 이미지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이즈를 형태와 감정에서 벗어나 정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 무한한 확장성이 드러난다. 명확한 정보는 명확한 한계를 지니지만, 불확실한 정보는 그 경계를 가늠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불확실성은 더 이상 낯섦이 아닌, 가능성이라는 긍정의 의미를 띠게 된다. 가능성은 곧 변화를 의미하며,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해 있다. 그러나, 이 두려움을 극복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개인의 이데아(Idea)를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게 된다.

[Naked, Trans, before The World Ends]의 앨범 커버 속 폐허는 이런 노이즈의 미학을 상징한다. 기존 형태의 해체와 재구성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두려움 너머 가능성과 마주하게 된다. 판 다라(PAN | DARA)의 음악 역시 이와 같다. 앨범은 한없이 거친 노이즈로 가득하지만, 그 속의 다양한 텍스처와 요소들의 배열이 또 다른 새로움을 창출해 낸다. 결과적으로 판 다라만의 격정적이면서도 중독성 있는 사운드가 나타나는 것이다.

판 다라의 창작 과정은 실험적이면서도 직관적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샘플과 직접 녹음한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을 재료로, 다양한 사운드를 탐구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다. 또한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구간마다 새로운 사운드를 추가하는데, 이는 평소 그가 좋아하던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 그룹 사타닉포르노컬트샵(Satanicpornocultshop)의 영향이라고. 특히 “Teenage Mutant”에서 이러한 접근이 두드러지며, 판 다라는 여기서 무작위로 선택된 샘플들을 끊임없이, 그리고 매끄럽게 연결하는 데 주력한다.

국악 ‘연희경_여름’을 샘플링한 마지막 트랙 “A4AA4″는 판 다라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곡이다. 이 곡에서 그는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국악의 전위적 리듬과 전자음악의 융합을 탐구했다. 판 다라는 전통 음악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현세와 단절된 듯한 멜로디에 주목했는데, 이는 종교나 무속 의례 등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외에도 아티스트 자신의 메타포이자, ‘새끼를 토하는 동물’이라는 토끼의 기묘한 이미지를 활용한 오프너 “Throw Up The Baby”, 노이즈에서 드럼 앤 베이스(Drum&Bass), 브레이크코어(Breakcore)로 자연스레 전환되는 “Eye Kicker”와 “Descending Life Line”, 이 모든 요소가 혼재된 듯한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의 “Hurt Me Plenty”까지. 이처럼 판 다라의 음악은 노이즈를 매개로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연결하며, 끊임없는 변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한국 노이즈 음악 신(Scene)의 새로운 아티스트가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해 보자.

PAN | DARA 밴드캠프 계정


이미지 출처 | PAN | D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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