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훵크꾼으로 소문난 모과(Mogwaa)가 6월 3일, 새로운 EP [Pilgrim]을 공개했다. 작년 6월 발표한 EP [07307]에서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인 서울 영등포를 배경으로, 모던 훵크를 깊게 파고든 반면, [Pilgrim]은 특정 장소를 목적지로 지칭하지 않았다. 두루뭉술한 앨범이 탄생했다는 말이 아니다. 그는 지구 방방곡곡을 순례하는 방랑자를 자처하며 그 과정을 일지로 써 내려갔다.
모과의 순례, 그 시작점은 “Camino De Los Vagabundos”. 그가 탐험할 미지의 세계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Ocean Watch”는 바다 위에서 바라본 신비로운 세상을 표현, “Paramita”은 길고 긴 순례를 자처한 결과로 얻어낸 것을 음악으로 승화한 듯, 댄서블한 이면에 숭고한 면모를 내포하고 있다. 순례와 방랑에서 복귀한 모과를 반기는 것은 다름 아닌 축축한 안개비 “Drizzle”. 습한 날씨와 쌓인 피로에 짜증이 밀려올 법도 하지만, 긴 순례를 마친 모과는 무아지경 춤을 추며 여정을 갈무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레코드 레이블 스프링 티어리(Spring Theory)가 12인치 검은색 원판에 [Pilgrim]을 담아내기도 했으니, 앨범을 확인한 뒤 소장 욕구가 샘솟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문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