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블랙(Guerilla Black)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한때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와 거의 일치하는 랩으로 비기의 알터 에고(Alter Ego)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음반의 판매 부진과 본인의 게으름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물론 ‘누군가와 닮은 아티스트’는 수없이 쏟아지고, 소속사 역시 마케팅의 일환으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시쳇말로 ‘클래스가 다른’ 아티스트들이 등장할 때가 있는데, 이 글의 주인공인 유어 올드 드룩(Your Old Droog, 이하 드룩)은 확실히 특별하다. 비교 대상이 바로 나스(Nas)이기 때문이다.
[Your Old Droog] EP 링크
드룩에 대한 소개를 하기에 앞서 먼저 약 3주 전 공개된 그의 EP를 들어보자. 굳이 나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종의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드룩을 소개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사운드 클라우드에 적은 브루클린(Brooklyn) 출신이란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EP에 사용된 비트 역시 전부 본인의 작품이며, 트위터에는 자신의 EP가 나왔다는 이야기와 자신의 계정이 오피셜이란 리트윗 하나 뿐이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은 그의 정체를 밝히는 데에 쏠렸다. 외국 힙합 커뮤니티에는 “Who’s Y.O.D”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수많은 사람이 댓글로 언쟁을 펼쳤다. 그리고 이런 논제가 항상 그렇듯이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드룩은 나스가 맞다. ‘ vs ‘드룩은 나스가 아니다. ‘
드룩이 나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다. ‘Droog’은 러시아어로 ‘Friend’와 같은 뜻을 지니므로, ‘Your Old Droog’은 ‘Your Old Friend’가 된다. 나스가 은연중에 ‘당신의 오래된 친구’라고 어필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 이번 EP에 수록된 곡들의 드럼 패턴이나 피아노, 스트링 등의 악기가 나스가 과거에 즐겨 쓰던 악기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 ‘사운드에 비해 랩 스킬이 베테랑 수준이다’ 등의 이야기가 있지만 이런 것보다 가장 많은 힘을 얻고 있는 주장은 바로 나스가 아니면 이런 랩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의 한 유저가 드룩의 “Gunsmoke Cologne”의 피치를 약간 올린 버전. 이정도면 나스의 미공개곡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브룩은 나스의 알터 에고라는 주장이 거의 확실시 되는 도중에 컴플렉스(Complex)의 한 에디터가 브룩을 실제로 만났고, 그는 나스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스의 공식적인 언급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와 나스가 동일인물이라는 주장이 정론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이에 관련된 컨텐츠 역시 조금씩 늘어나는 중이다. 유어 올드 드룩은 과연 엄청난 실력을 갖춘 신인의 마케팅일까? 아니면 나스가 조앤 K 롤링을 꿈꾸는 걸까? 어떤 것이 진실이든 간에 후폭풍 역시 거대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신인 아티스트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만약 신인이라면 간만의 대형 신인의 등장이고,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혼자 다 해먹는 지금의 씬보다 2배는 재밌어질 테니 말이다.
Your Old Droog의 공식 트위터 계정 (https://twitter.com/YourOldDro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