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래퍼 Nas, 미공개 트랙을 모은 [The Lost Tapes II] 발매

래퍼 나스(Nas)가 한국시간 7월 19일, [The lost tapes II]을 발매했다. 그는 2002년 [I Am…](1999)과 [Stillmatic](2001)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수록되지 못한 곡을 모아 [The Lost Tapes]로 발매했다. 본작은 그 뒤로 [Hip Hop Is Dead](2006), [Untitled](2008), [Life Is Good](2012), 그리고 [Nasir](2018)에서 탈락한 곡을 모아 수록했다.

본작을 감상한다면, 제일 먼저 나스의 고유한 리듬감과 세련된 라이밍이 여전하다는 사실에는 안도할 수 있으나, 2019년 이전 각기 다른 시기에 녹음된 곡이 배치되었기에 전반적인 프로덕션이 들쭉날쭉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자신을 향한 리스너의 기대, 힙합 신(Scene)에서의 역사적인 위치, 개인사, 세계 평화 등 그가 현재까지 언급한 갖가지 주제로 채워져 있으나, 하나의 앨범 안에서 유기성은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편.

첫 곡인 “No Bad Energy”에서 그는 종교적인 분위기를 한껏 주도하며, 자신을 방해하는 헤이터와 그들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거부한다. 다음 트랙은 “Vernon Family”로 자신의 동네 퀸스에 일종의 헌사를 바치는데, 비슷한 주제로 만든 2012년 곡 “A Queens Story”와 비교하자면 산만한 편. 2019년에 퍼블리싱된 음원 같지 않은 촌스러움은 덤이다.

바로 다음 3번째 트랙 “Jarreau of Rap (Skatt Attack)”과 4번 트랙 “Lost Freestyle”은 첫 트랙에 연결되었다면 꽤 어울렸을 법한 성공적인 브라가도시오를 보여준다. 재즈와 소울, 알앤비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혼합해 3가지 다른 장르로 그래미를 수상하기도 한 원로 아티스트 알 제루(Al Jarreau,1940~2017)를 피처링으로 기용한 “Jarreau of Rap (Skatt Attack)”은 브라스가 강조되는 트랩 비트 위에 트리플렛 플로우를 구사하며 “I could son a rapper, every one of you rappers ─ 나는 너희 래퍼들 전부를 아들 삼을 수 있다 ─ “는 구절로 신에서 자신이 차지한 위치를 확신한다. “Lost Freestyle”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교리에 착안해 자신을 선지자(Prophet)라 칭한다. 나스 특유의 라이밍이 집약되어 있고,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으로 항상 일정한 퀄리티의 붐뱁을 보여주는 프로듀서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의 사운드 어레인징이 뒤를 받친다.

5번 트랙 “Tanasia”는 아시아계 여자와 사귄 이야기를 풀며 재치 있는 라인을 선보인다. 다만 이 곡에서 아기를 가지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한 뒤 다음 트랙 “Royalty”에서 가족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드러내는데, 이러한 구성은 곡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혼란스럽다. 

후반부로 갈수록 프로듀서의 면면이 무색하지 않게 소울 및 알앤비 샘플을 기반으로 한 샘플링 작법에서 탄생한 곡들은 만듦새가 탄탄해 감미로움을 선사한다. 상기한 “Lost Freestyle”을 포함해, 아프리카에 애착을 가진 그답게 서구권의 지명과 아프리카의 지명을 연결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War Against Love”는 베이스라인이 차일디시 감비노의 “Redbone”을 연상시킬 정도로 매력적이다. 관악기 베이스에 소위 댐핑이 적은 비트 위로 건조하게 랩을 얹는 르자(RZA) 프로듀싱의 “Highly favored”, 부자지간의 정을 강조하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 프로듀싱의 “You Mean The World To Me”, 맙딥의 멤버이자 지금을 세상을 떠난 프로디지(Prodigy)의 생전 메시지를 술회하는 피트 락(Pete Rock) 프로듀싱의 “Queensbridge Politics” 등 잔뼈 굵은 프로듀서들과의 트랙이 이어지며 앨범은 점차 맛을 우러낸다. 

미공개 트랙 모음집으로만 생각하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범작일 테지만, 본작이 나스의 커리어에서도 매우 귀중한 앨범으로 꼽히는 그 [The Lost Tapes]의 속편이라고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구나 16개의 트랙이 실제 녹음연도가 2019년과는 매우 거리가 멀고, 색깔이 전부 다른 앨범들의 편린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연결성의 미흡함은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늦게 뒤적인 잃어버린 옛 테이프, 그러나 개별적인 싱글이라면 나스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복잡한 음반. 감상해 보자.

Na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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