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의 저음역대 베이스를 일컫는 단어가 된 덥(Dub)의 본래 의미는 이펙트 및 사운드 샘플을 얹는다는 ‘더빙(Dubbing)’의 의미로 사용된 게 그 시초. 이 역사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브라이언 이노(Brian Eno)가 시도한 루핑(Looping) 기법이나 필 스펙터(Phil Spector)의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 같은 점층적인 레코딩 기법 또한 일종의 덥, 샘플링(Sampling)의 조상 구체 음악(Musique concrete)까지 덥이라 통칭할 수 있으니, 덥이란 실로 방대한 의미를 지닌 단어라 이야기할 수 있다.
7월 22일 공개된 트랙 “Snobby Dub”은 레게 덥을 쉽사리 예상할 수 있을 터. 허나 이 음악은 예측불허, 한 단어로 함축할 수 없는 사운드가 축약된 트랙이다. 이를 빚어낸 주인공은 바로 프로듀서 오타키(Otakhee). 대중적 노선과는 거리를 두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그는 사운드 샘플을 조각내어 다시 재배열하는 샘플링 기법을 전공으로, 반복과 루프 더빙을 부전공으로 삼았다. 오랜 시간 덥과 함께한 그를 나는 덥의 대가라 칭하고 싶다.
그렇다면 덥이 주체가 된 “Snobby Dub”은 어떠한가. 먼저 베이스를 시작으로 높은 전압을 걸어 놓은 듯한 드럼 샘플, 하이헷, 스네어 등의 리드미컬한 비트를 켜켜이 쌓아간다. 그리고 트랙의 중반부에 들어 뱃고동을 연상케 하는 브라스가 들어선다. 과거 트랙 “Heavyweight Dancer”과 “Go Through”에서 그래왔듯, 반복의 미학이 결실을 볼 때는 언제나 곡의 후반부, 김오키(KimOki)의 색소폰 아르페지오가 현란하게 춤을 추기 시작하며, 다시금 반복되는 더빙으로 청자의 희열감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트랙 “Snobby Dub (Mogwaa Snobby Ydp Mix)”은 영등포 프로듀서 모과(Mogwaa)가 재해석한 트랙이다. 여기선 롤랜드(Roland) 808 드럼과 신시사이저가 김오키의 색소폰을 보조한다. 원곡의 희열감을 이어 무아지경으로 춤추게 할 댄스 트랙. “Snobby Dub”과 더불어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