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ooddssyy

과거 밴드 라이프앤타임(Life & Time)을 이끌었던 뮤지션 진실이 근래 자신의 유튜브 채널, ‘ooddssyy’를 통해 꾸준히 음악을 발표하고 있다. 한동안 밴드 활동을 중단하고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가 돌연 유튜브를 통해 일상의 음악을 선보이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국민 유튜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데, 진실은 단순히 흥행을 위한 카드로써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ooddssyy’를 말하려면, 자연스레 음악과 음악을 둘러싼 ‘체계(System)’까지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제 뮤지션이자 유튜브 ‘ooddssyy’ 채널의 운영자인 진실의 이야기에 빠져들 시간이다. 진실과 나눈 대화 중 그의 목소리만 따로 에세이의 형태로 정리했다.


음악을 자주 만들고 가볍게 소비할 채널이 필요했다. 밴드 라이프앤타임을 할 때는 곡을 하나 쓰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데다가 앨범 하나를 완성하려고 반년 동안 미친 듯이 준비하곤 했다. 지금 시대에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과 거리가 먼 방식 같아 회의감이 들었고, 그러던 차에 잠시 광고 회사에서 일하며 아날로그에 밴드 음악에서 벗어나 디지털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프로듀싱을 진행했다. 음악을 좋은 퀄리티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고 재미를 느꼈다. 그간 음악을 하면서 경계했던 건 내 음악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할 때 내가 해온 것보다도 훨씬 큰 피드백과 사랑을 받는 경우인데, 정말 유명한 일부 뮤지션을 제외하면 사실 그것도 잠깐일 뿐이고 대부분 답이 안 나오는 승부를 이어간다.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일정한 루틴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매일 꾸준히 뭔가를 하며 삶을 영위한다. 음악이 가볍게 소비되고 빠르게 돌아가는 지금의 풍토 안에서 나 역시 적절한 루틴을 가지고 매일 꾸준한 노력을 통해 길게 음악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남들이 하루하루 일하듯 음악을 만들어 튼튼한 결실을 맺는 것. 록스타, 랩스타 같은 것들은 많은 요인이 얽혀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현상인 건데, 음악을 오래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러한 성공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바도 아니었다. 막상 매일 음악을 만들어서 올려놓으니 기분 좋았고, 나 자신에게도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밴드 음악을 할 때는 내가 연습한 악기나 스타일, 연주로부터 곡이 나오는데, 요즘 작업 중인 형태의 프로듀싱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요소의 조합으로 음악이 탄생하는 특성이 있어서 음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새롭고 좋았다.

지금 음악 시장은 디지털 환경에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이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한 논의나 다양한 소스, 건강한 사운드가 활발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면, 이러한 방향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유튜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음악의 피드백 또한 기존에 내 음악을 듣던 팬들에 한정되어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유튜버라는 직업이 지난 몇 년간 엄청나게 큰 화두로 자리 잡았지만, 나는 그러한 타이틀이나 유튜브의 성패보다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했기에 유튜브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택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지금의 음악은 분위기가 곧 장르가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야 하나. 일례로 스포티파이를 보면 장르와 무드를 거의 비슷한 식으로 비춘다. 과거에는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한 집단적인 경험, 즉 페스티벌이나 클럽, 파티 등을 중시했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 환경이었다고 한다면, 요즘에는 사람들이 혼자서 음악을 즐기고, 일상에 던져놓는 상황이 잦아지면서 개인적인 음악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보는데,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장르는 곧 무드로 변하고 있고 뮤지션 또한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넘나드는 편인 것 같다. 셀레브리티가 아니라면 사실 그 음악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특정 분위기에 맞춘 믹스, BGM, 카페 뮤직 같은 것들. 밴드를 하면서 힘들었던 건 내 개인적인 정서를 대중과 교감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인간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타입도 아니고, 스타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음악을 들려주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던 사람인데, 음악 활동을 하면서 생각보다 더 사람들은 음악 외 요소들에 열광한다는 것, 그런 방식으로 트레이드되는 시장이 크다는 걸 알았다. 비즈니스 영역에 들어가면서부터 그 환경이 나와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내 에고를 드러내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그루브를 뭉쳐서 사운드를 만들고, 그게 사람들의 일상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는 형태라면 개인적인 성향과도 잘 맞을 것 같았다.

아티스트가 명성을 얻으면 한 사람이 모종의 권력 같은 걸 가지게 되면서 때로는 신격화되기도 한다. 그건 음악 시장 안에 존재하는 너무 부풀려진 허영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유튜브 또한 역설적으로 내 음악을 듣게 하기 위해 가십이나 마케팅을 통해 채널에 관심을 끌게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그것 역시 내가 넘어야 할 산이 아닌가 싶다. 욕심부리지 않고 꾸준히 길게 지속해서 좋은 음악으로 사랑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업계의 사리 밝은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대폭 관심을 증가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이 활동이 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찌 되었든 산 하나는 넘었다고 생각한다.

ooddssyy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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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권혁인
이미지 제공│ooddss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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